![]() |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이 터질 때는 물론,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결정적인 순간에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휴대폰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심지어 올해 국정감사 시작 당일에는 2차례나 교체했다.
수상하다.
왜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라 김 실장이 휴대폰을 교체한 것일까?
과거 이 대통령은 2016년 11월 '사고가 나면 휴대전화를 절대 뺏기면 안 된다'라며 증거 인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혹시 그런 지령을 김 실장이 충실히 따른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20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KT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실장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2021년 10월 10일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총 다섯 차례 바꿨던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김 실장은 2021년 10월 19일에 휴대폰을 바꿨다.
그날은 대장동 ‘키맨’이라고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적부심이 기각된 날이다.
같은 해 12월 10일에도 휴대폰을 교체했는데 그즈음에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사망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로부터 고작 17일이 지난 시점인 12월 27일에도 단말기를 교체했다. 그날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사망한 지 6일 뒤였다. 이 대통령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잡아떼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유죄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 실장은 2023년 9월 9일에도 휴대폰을 바꿨다.
그날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한 날이다. 당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던 때다. 특히 김 실장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기 전날 수원지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해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 당시 후원자 명부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가장 최근 휴대전화 교체가 이뤄진 시점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3일이었다. 여야가 김 실장의 국감 출석 여부를 놓고 충돌하는 와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꾼 것이다.
실제로 김 실장은 그날 오전 10시 36분 자신이 2년가량 사용한 ‘아이폰14 프로’를 최신 기종인 ‘아이폰17’로 교체했다. 11분 뒤 김 실장은 자신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아이폰17에서 아이폰14 프로로 다시 바꿨다. 휴대폰 기종을 짧은 시간 안에 두 차례나 바꾼 것이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
박정훈 의원은 “김 실장이 또 하나의 번호를 만들어 유심을 갈아 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했다.
이처럼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대통령이 아니라 김 실장이 휴대폰을 바꿔 버린 것은 수상해도 너무나 수상하다.
물론 일부 단말기 교체는 휴대전화를 바꾼 지 2년이 지나 배터리 수명이 다하거나 교체 시기가 도래해 이뤄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교체 시기가 매번 공교롭게 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던 시점이라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따라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김 실장은 국민에게 소상히 밝힐 의무가 있다.
그가 국정감사현장에 반드시 나와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만일 휴대폰 교체가 증거 인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김 실장은 단순히 국감장에 나오는 것을 넘어 수사를 받아야만 한다.
어쩌면 김 실장이 이재명 정권을 무너뜨리는 ‘구멍’일지도 모른다. 여당이 그의 국감 증인 채택에 대해 기를 쓰고 저지하는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이 ‘쉬쉬’ 한다고 영원히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그 대가를 치르는 게 정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