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마이웨이’ 역겹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3-01 10: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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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헌정사 초유의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찬성 139, 반대 138’이란 초박빙 부결로 결론이 났다.


    더불어민주당 친명(親이재명)계는 애초 반대표가 170표 이상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나 당내에서 37명 이상의 조직적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당내 비명(非이재명)계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면서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한마디로 조직적 이탈표 따위는 무시하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표결 직후 ‘거취를 표명하느냐’라는 등의 취재진 질문엔 별다른 표정 없이 침묵했다. 대신 연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맹폭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는 3.1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일정책을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에도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문제보다 물가도 잡고 경제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며 자신을 향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정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비판의 화살을 당 내부보다 바깥으로 돌려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미 당 내부는 혼돈의 상태여서 단일대오가 형성되기는 어렵게 됐다.


    친명계는 상당히 격앙된 모습이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탈표를 ‘반란표’로 규정하면서 “그분들은 벌써 비상대책위원회 논의를 하는 것 같다"라며 ”그 (반란표) 20%는 '반(反) 이재명' 세력이 돼 당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세력으로 결집·조직화하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비명계 일각에서 이 대표의 사퇴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의 사퇴 여부는 당원들에게 물어보는 게 마땅하다"라고 일축했다.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체포동의안 표결은 당원들과 국민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 대표를 실력행사를 통해 끌어내리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에선 부결을 외치고, 뒤로는 가결과 무효표를 조직했다”라며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기로 ‘공천권 보장’을 거래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이 대표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딸)들은 이탈표 37명을 겨냥해 대대적인 ‘수박·배신자 색출’에 나섰다. 대표적인 친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 ‘총선 낙천·낙선 대상 의원 명단’이란 이름으로 42명의 비명계 의원 살생부가 올라왔다. 일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까지 포함한 ‘역적 배신자’ 수배 포스터를 만들어 소셜네트워크(SNS)로 돌리기도 했다.


    살생부엔 주로 이상민·설훈·조응천·이원욱·박용진 의원 등 이 대표 방탄을 비판했던 비명계와 친문계 의원들이 포함됐다. 전날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져 실제 어떻게 투표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계파 성향별로 추측해 총선 살생부를 만든 것이다.


    일부 ‘개딸’은 “인증샷”이라며 지역구 의원에게 “투표에서 가결하셨나요? 부결하셨나요?” 확인하는 문자를 보낸 뒤 답변을 캡처해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압력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5선의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물밑에 있는 얼음덩어리가 더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억울하다 할지라도 자신의 문제 때문에 당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만큼 당 대표로서 책임도 있는 건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의원들도 표결 결과를 보고 더는 개딸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며 “이제 개딸들이 두렵지도 않고,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라고 했다.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는 개딸들의 표적이 된 의원들이 나중에는 그게 훈장이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방탄에 동참하지 않고 당당하게 찬성표를 던졌다는 간접적인 물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재명 대표가 억지로 당 대표직을 유지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애당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인으로서 깨끗하게 사퇴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맞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이웨이’를 선언한 이 대표의 모습은 역겨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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