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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안팎에서 불거진 퇴진론을 무마하기 위해 일부 당직자를 교체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런 임시처방으로 이재명 퇴진론을 완전히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를 보좌하는 집행부에 있는 게 아니라 이 대표 본인에게 있는 탓이다.
따라서 당직 일부를 교체하더라도 그것은 단기 처방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다.
물론 이 대표가 당직자 교체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내홍이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
이 대표가 인적 쇄신 요구를 일부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친명-비명 간 계파갈등의 거친 기운이 빠져나갈 '분출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이 대표에게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지난 24일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인 임선숙 최고위원의 사의를 수용했다. 공석이 된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비명계 송갑석, 이병훈 의원 등이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최근 ‘잔기술’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의겸 대변인을 비롯한 대변인단의 대거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김병욱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김남국 미래사무부총장의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마도 이재명 대표는 이들을 당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친명계 색깔이 옅은 인물들을 그 자리에 배치하면 화합·탕평의 의미를 부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자신을 향한 퇴진 압박도 그만큼 약해질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어림도 없다.
비명계가 요구하는 인적 쇄신의 핵심은 조정식 사무총장이다. 그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유임하는 한 인적 쇄신은 말 그대로 ‘보여주기’에 불과한 것이다.
사무총장이 내년 총선 공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사무총장을 교체해야만 인적 쇄신의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5선이 사무총장을 하는 것은 모양이 안 좋다"라며 "이 대표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말을 얼마나 들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런 연유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조정식 사무총장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실제 현재로서는 유임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이번 당직 개편에서 조 사무총장이 유임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당내에선 '측근 지키기'라는 비난과 함께 이 대표에 대한 퇴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공천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정식 사무총장을 바꾸지 않는 한 이재명 퇴진론을 잠재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조정식 사무총장을 바꾸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이 다시 이 대표를 소환하거나 추가로 체포 동의 요구가 국회에 넘어오면 이 대표 체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사무총장까지 교체된 마당이라면 ‘이재명 퇴진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결국 본인이 직접 물러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퇴진 없는 인적 쇄신은 아픈 상처 부위를 그대로 놔두고 주변의 다른 곳에 약을 바르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일부 당직 개편은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조금은 연장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단기 처방에 불과한 것으로 곧바로 이재명 퇴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쫓기듯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모양새 있게 결단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재명 대표의 머릿속에는 ‘사퇴’라는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게 이재명 대표의 한계이고, 그런 당 대표를 내치지 못하는 민주당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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