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구획, 방재의 핵심이자 안전의 최전선

    기고 / 시민일보 / 2025-07-29 11: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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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소방안전원 전북지부 김태수 교수
     

    ▲ 김태수 교수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을 하면서 늘 강조하는 부분 중에 하나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건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얼마나 빠르게 초기대응하고 신속하게 피난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바로 ‘방화구획’이다.

    방화구획은 단순하게 벽이나 방화문, 방화셔터를 세운다는 개념이 아니다. 화재로 인해 발생되는 화염, 연기를 일정구역 내에 피해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건축 구조적 장치이다. 건축물 설계단계부터 시공, 유지단계까지 화재 대응 전략의 가장 기본이라고 봐야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설치만 잘되어 있으면 끝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크다.

    소방안전관리자와 위험물안전관리자로 직접 선임하여 업무를 했을 때, 현장에서 종종 보는 사례 중 하나는 방화문에 도어스토퍼를 설치하여 항상 열려 있게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방화문이 있어도 자동적으로 닫히지 않는다면 방화문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하나, 관통부 마감처리 미흡이다. 전기 케이블트레이, 배관 등이 방화구획을 관통 할 경우 반드시 내화 충진재를 사용하여 완벽하게 막아야하는데, 이 부분을 누락시키거나, 막았지만 엉성하게 처리된 곳도 상당하다.

    방화구획에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었던 대표 사고 사례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다.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시작된 화재는 빠르게 연기와 화염이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 외부 피난통로는 차량에 가로막혀 있었고, 내부 계단실은 연기로 가득 찼기 때문에 해당 건물의 방화구획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단 1~2분만 더 버텨줬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른다.

    방화구획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와상환자가 많은 병원, 이동에 제한이 있는 노유자시설 등 피난 약자가 많은 건축물일수록 방화구획의 역할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화재가 발생하면 피난에 제약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방화구획은 중요하다. 자동화재탐지설비,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설비도 방화구획이 무너지는 순간 그 설비의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어렵다.

    앞으로 우리는 단순히 법령기준에 맞췄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닌, 실제 화재시에 제대로 방화구획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평가하고 부족하다면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한다. 방화구획은 그저 도면위에 그려진 선이 아닌, 인명안전을 확보하는 구조물이다. 우리는 그 책임을 설계부터 유지관리까지 함께 짊어지고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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