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홍빛 비단 안개 걷히고 대망(大望)의 병오(丙午)년 새해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열정과 활력’ 그리고 ‘도전과 도약’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여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라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각오와 자세로 갈수록 험해질 글로벌 각축 속에서 국가경쟁력 또한 빛을 더하리라는 희망찬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무엇보다 붉은색은 강한 기운을 상징하고 말은 질주하는 속성이어서 불과 불이 더해진 데다 열정을 상징하는 불(丙)의 기운과 자유와 속도를 상징하는 말(午)의 기운이 상승작용을 한다는 2026년 ‘붉은 말의 해’는 국민의 기운을 살리고, 에너지가 넘쳐나 도약하는 한 해가 되리란 기대가 크다.
특히 대한민국이 지난 몇 년의 혼란과 답보의 불확실성을 딛고 도약할 수 있느냐가 가늠될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여있는 현실은 결단코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세밑에 환율 불안정 속에서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수출도 역대 최고인 7,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치는 대립과 반목 속에 머물러 있고 경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외교·안보 환경 역시 확실한 건 오직 ‘불확실성’ 뿐일 정도로 변수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역사의 흐름에는 고비가 있고 세월의 흐름에는 마디가 있다. 이러한 고비와 마디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따라서 고비와 마디에 얽힌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내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가 변해야만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대안을 내놓는 과정이 정치인데 여·야는 여전히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리며 극단의 여론만을 대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을 역설하고 있으나 국회에선 울림이 없어 보인다. 계엄과 탄핵의 아픈 역사가 대통령과 국회의 단절에서 비롯됐음에도 정치권은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정치가 계속 국민을 배제한 채 지금처럼 정쟁에만 골몰한다면 위기 극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고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각성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은 정치 지도자를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는 시기였다. 올해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일꾼을 제대로 뽑아야만 한다.
게다가 경제·무역 환경과 외교·안보 지형은 급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매매시장 침체와 전세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부동산 양극화의 심화로 여전히 혼란스럽고, 1,400원대 후반의 고환율은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자리를 잡고 고착화(固着化)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양극 체제처럼 비치는 무역 환경도 의제별로 이해관계가 나뉘어 단순하게 접근하기 어렵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확고한 한·미 동맹 강화를 기본 축으로 삼되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외 전략이 화급하다. 저출생 문제와 초고령사회의 노인빈곤율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 과제로 급부상했고,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시급히 이뤄내야 하는 당면현안이 아닐 수 없다. 우왕좌왕하는 교육 개혁, 혼란의 불씨만 여전한 의료 개혁, 논란의 연속인 검찰·사법 개혁 등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빈부 격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무리 쪼개고 아껴도 간극(間隙)은 되레 벌어졌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2월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별 순자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가 전년 대비 0.014 상승한0.625로 조사돼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순자산은 자산 총액에서 부채를 뺀 실질 재산으로,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계층 간 재산 불평등이 크다는 의미다. 가구별 순자산의 불평등 심화는 집값이 큰 몫을 했다. 상위 20%의 부동산 평균 자산(13억 3,828만 원)은 하위 20%(1,033만 원)의 129.6배였다. 지난해 128.7배보다 커졌다. 국가 견인의 차세대 주축인 30대 이하의 순자산은 전 연령에서 유일하게 감소(0.9%)했다. 30대 이하의 순자산 감소 원인은 월세 부담 및 주택 담보 대출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일보가 지난 1월 1일 거시경제 전문가 4인에게 물은 결과 올해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로 ‘슈퍼 에프(SUPER-F)’를 꼽았다. 사회 양극화(Social Polarization)와 미국(United States), 생산성(Productivity), 환율(Exchange Rate), 부동산(Real Estate), 금융(Finance) 등 각 불안 요인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개념이다. 지난해 사상 최초 7,000억 달러 수출, 코스피 4,200 돌파와 같은 희소식에 취해 있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먼저 ‘사회 양극화’를 불안 요소의 하나로 평가했다. 기업 간 양극화는 가계 자산이 투입된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반도체와 비반도체 간 ‘K자 곡선’이 그려지면 문제가 된다. 석유화학 종목 등의 주가가 실적 부진으로 더 빠지면 가계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 있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수출에서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플러스(+)’는 반도체·선박 등 6개 품목뿐이다. 석유화학·철강 등 9개 품목은 수출액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줄었다.
통상 용어는 의식을 드러낸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6,1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지난 12월 4일 발표했는데 우리 사회 최우선 과제 1위로 ‘빈부 격차(23.2%)’가 꼽혔다. 직전 조사에서 1위였던 ‘일자리 문제(22.9%)’를 앞섰다. 부동산·주택 문제(13.2%), 저출생·고령화(10.8%) 등의 순으로 조사됐는데, 이 모든 문제가 압축된 총체가 바로 빈부 격차라는 분석이다.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행복도’는 직전 조사였던 2022년 65%에서 51.9%로 급락했다. 국민의 55.2%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국민들에게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기대와 ‘일자리 불균형 심화’의 우려가 공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은 기존 지표 조사를 종합 정리해 지난해 12월 16일 처음으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발간했다. 따로 주목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고백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7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31위에 그쳤다. 미래 실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7.62%로 2022년(5.23%)보다 늘었다. 자신이 바라는 미래에 대해 “전혀 실현할 수 없다.”라고 응답한 비율이다. 어느 것 하나도 녹록지 않은 게 우리 경제의 현실이지만 믿는 구석이라곤 오직 대한민국의 저력뿐이다. 역사적으로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마다 우리 국민은 이를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현직 대통령에 의한 계엄 선포는 국격을 크게 실추시키는 최악의 사건이었으나 이를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 것은 외려 우리 민주주의의 역량을 보여주는 계기로 승화됐다.
한편 한국 경제가 내년 반도체와 조선 업종 회복세에 힘입어 1.7%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성장 동력이 일부 업종에 쏠리며 내수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7%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1.0%)보다 회복된 수치지만, 잠재성장률(2.0%)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와 조선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돼 내년 수출이 전년 대비 0.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며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조선업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양호한 수주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새해 우리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반도체 호조에 지표상 성장이 예상되지만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실제 성장률은 훨씬 낮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 전망의 핵심 키워드로 ‘체감 경기와의 괴리’를 꼽았다. 그는 “올해 성장률이 1.8%로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반도체 경기가 이끄는 IT 부문의 성장에 기인한 바가 크다”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을 딛고 일어선 우리에게 지금 당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통합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뿐이다. 정부·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과 기업이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만 한다. 위기를 극복한 대한민국에 병오(丙午)년 붉은 말의 새해는 대지를 박차고 드넓은 광야를 힘차게 내달리는 적토마(赤兔馬)의 역동적이고 웅후(熊侯)한 기상과 자세로 대도약의 주춧돌로 승화시키는 2026년 한 해로 혼란과 답보의 불확실성을 과감히 딛고 붉은 말처럼 도약하는 2026년을 엮어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규제 혁파와 구조개혁으로 성장한 혁신기업들이 증시를 견인하는 주역이 돼야 코스피와 원화의 동조화를 다시 이룰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