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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에 칼을 빼든 모양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말들이 많다.
뭐 그런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호들갑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특히 지금은 이재명 정권의 횡포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인데 왜 하필 지금 이런 논란을 초래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일단 ‘왜 하필 지금이냐’라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이재명 정권의 막가파식 횡포에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도 역부족인 데 굳이 지금 이 문제를 끄집어내어 분열을 초래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비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통일교 게이트와 정부 실책을 공격해야 할 시점에 자칫 내부 싸움에 매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도 "지금은 당력을 모아야 할 때인데 조금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뭐 이런 걸 가지고 호들갑이냐’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건 그렇게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대단히 중대한 문제다.
처음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한 전 대표의 가족 이름을 도용했을 것이라며 가볍게 여겼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당무감사위가 지난 9일 발표한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한 전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 4명을 확인했는데, 이들은 모두 한 전 대표의 거주지인 서울 강남구병 선거구 소속이었으며, 휴대전화 번호 끝 네 자리가 같았다. 특히 이들 4명은 지난해 12월 16일부터 19일 사이 거의 동시에 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황들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아닐 것이다.
사실이라면 익명성 뒤에 숨어서 여론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드루킹 사건’과 마찬가지로 한 전 대표는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정계를 은퇴해야 할 만큼 중대한 잘못이다.
설사 그런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 어려워 가족들 아이디를 동원해서 욕을 좀 한 것이라고 해도 당 대표답지 못한 행위로 역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사실 ‘당게 논란’은 이렇게 확대될 문제가 아니라 일회성 해프닝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질 당시 한동훈 전 대표가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국민과 당원 앞에 용서를 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당무감사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이를 “당을 퇴행시키는 시도”로 규정하면서 “안타깝다”라고 반발하니 문제가 더욱 커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한동훈 전 대표도 사과하고 정리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하지만 이미 사과하고 그냥 덮어버리기에는 늦은 것 같다.
아마도 당무감사위는 당 윤리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할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로선 치명타를 입게 되는 셈이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길이 막히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다음을 기약하기조차 어려울 것이고 의도치 않게 정계 은퇴를 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힘으로 돌파하려고 하면 안 된다. 친한계 의원들을 동원하는 식으로 저지하려 든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뿐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징계를 하는 것이라면 반발해야겠지만 ‘여론조작’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이재명 정권이 계속해서 악수를 두는 상황임에도 국민의힘 내부의 이런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제대로 견제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경찰은 국민의힘 게시판 서버 자료를 보존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라고 하는데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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