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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기어코 30번째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전방위 압박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요지부동'이라는 점이 ‘괘씸죄’로 작용한 셈이다.
임기가 채 3년이 안 된 정부에서 30번째 탄핵안이 발의된 것은 민주주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탄핵 남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앞서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은 지난 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 행위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지금까지 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탄핵소추 핵심 사유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실 민주당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탄핵', '줄탄핵 기각', ‘인용 사례 0’이라는 오명 탓에 '최상목 탄핵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없었다. 그 역풍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가 지난 13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안을 재판관 8대0 전원일치로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통과시킨 탄핵안 13건 중 결론이 나온 8건 모두 줄기각 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무차별적으로 탄핵을 남발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아야 했다. 24일에 한덕수 권한대행마저 탄핵안이 기각되거나 각하 되면 ‘9대0’이 되는 셈이어서 국민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동안 당내에서 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이 여러 차례 나왔음에도 선뜻 실제 탄핵 추진에 나서지 못했던 것은 그런 연유다.
더구나 한덕수 대행의 선고기일이 24일로 먼저 지정되는 등 '최상목 탄핵 카드'를 꺼낼 타이밍도 아니었다. 한덕수 대행이 직무에 복귀하면 최상목 대행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아무런 실익이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성을 잃은 듯 무리하게 최상목 탄핵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익은 없고, 되레 탄핵 남발에 따른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탄핵을 강행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지연에 따른 이재명 대표의 '불만'이 불안감으로 심화 된 탓이다.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하기 바란다' 발언 역시 선고 지연에 대한 불안감과 최상목 권한대행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자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 대행에 화풀이하는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 자신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일은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기 때문에 이성을 잃었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 파면이 먼저 이뤄져야 2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버텨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재명 대표는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에게 있다는 생각에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분풀이 탄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탄핵 추진에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각료들에 대한 탄핵이 분풀이 수단이 될 순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계속되는 탄핵은 ‘민주당의 탄핵 때문에 국정이 마비돼 계엄을 했다’라는 논리만 강화한다”라고 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불안정한 국정 운영 상황에서 (최 대행 탄핵이) 가장 바람직할 길일까, 다소 회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 비명계의 이런 목소리가 분풀이 대상을 찾는 이재명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하다.
경고한다. 기어이 최 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면, 그것은 목적을 잃어버린 감정적인 보복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자살골’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표의 뜻이 반영된 야당의 최상목 탄핵 추진은 스스로 ‘정치적 자살’을 선택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이처럼 불안감과 초조감에 정신 줄을 놓아버린 정치인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에 목도 했다. 섬뜩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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