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가 연임 도전의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른바 ‘핵심 코어 지지층’ 이반 현상 때문에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산토끼를 아무리 잡아 온들 집토끼가 집 나가면 총선·대선은 무망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검찰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를 강조하는 것은 ‘핵심 코어 지지층’이라는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위 ‘산토끼’로 불리는 국민이야 반대하든 말든 강성 당원인 ‘집토끼’를 잡아두기 위해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하게 폐지해야만 다음 총선과 대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안(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유지해야 한다는 의사를 지닌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중도층에서도 보완수사권 유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으로 실시해 17일 발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1%가 ‘경찰 견제·부실수사 방지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소·수사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16%는 의견을 유보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성향이 ‘중도’라고 한 응답자 중에서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4%,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로 조사됐다. 심지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지지층에서도 유지 46%·폐지 39%로 유지 응답이 7%포인트 앞섰다. 결국, 정청래 전 대표가 말하는 ‘핵심코어 지지층’이라는 강성 당원들 23%만 검찰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에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그 23%의 ‘집토끼’ 요구를 충족하기 64%의 ‘산토끼’를 포기하고도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은 대체 무슨 계산법인가.
정청래 전 대표는 “최근 의총에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 있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보완수사권 폐지는 안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장을 절대다수가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 의총에서 현역 의원 절대다수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면, 그것은 다음 총선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 걸 소수의 강성 당원들만 의식해 밀어붙였다가는 자신들이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대 목소리로 나타나는 것이다.
과연 누가 바른 계산을 하는 것일까?
23%의 ‘집토끼’ 요구를 충족하면 이긴다는 정청래 대표의 말이 맞을까?
아니면 61%의 ‘산토끼’의 뜻에 따라야 승리한다는 다수 의원의 말이 맞을까?
이건 고차방정식도 아니다. 그냥 유치원생들도 할 수 있는 산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찬가지다.
핵심코어 지지층에 기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단단한 벽을 뚫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만 힘을 얻을 수 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총선 승리와 나아가 정권교체까지 이룰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당대회 승패를 좌우하는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기 위한 전략이겠지만, 그게 두고두고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만일 정청래 전 대표가 전대에서 승리한다면 핵심코어 지지층인 강성 당원들은 그에게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사사건건 당무에 개입할 것이고, 그걸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야당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실제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장동혁 대표가 승리하자 그를 지원했던 이른바 ‘윤어게인’ 추종세력으로 ‘부정선거음모론’을 신봉하는 전한길 씨 등이 청구서를 내밀었고, 그걸 거절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오늘날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은 완전히 상실됐고 이제는 그 정치 생명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정청래 전 대표 역시 그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정청래와 장동혁은 묘하게 닮았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