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대통령’, 다시 나와선 안 된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6-07-12 11: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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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이 주말에도 전국 각지를 돌며 ‘이재명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11일 경기 용인갑 지역위원회를 방문해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철학적 유대감을 강조하면서 “지금은 내가 제일 잘 뒷받침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호위무사’가 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정청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적었다. 역시 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이상하다.


    대체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호위무사가 왜 필요하다는 것인가.


    온갖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할 피고인 신분이지만 무려 5개의 진행 중인 재판을 모두 중지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닌 대통령 아닌가.


    퇴임 후에도 재판을 받지 않으려고 공소취소 특검까지 밀어붙이려는 절대권력자이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대통령이다.

    그런 사람에게 왜 ‘뒷받침할 호위무사’가 필요하고, ‘지켜줄 호위무사’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혹시 김민석 전 총리나 정청래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권력이 곧 무너질 것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을 ‘뒷받침’ 하는 당 대표가 될 것을 선언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는’ 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이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당대회에 뛰어들어 특정인을 깎아내리고 특정인을 띄우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가뜩이나 국정 지지율 폭락으로 레임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당 대표마저 사사건건 자신과 충돌하던 사람이 선출되면 레임덕 가속화로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당무 개입 사태를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든 대통령의 레임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김민석 전 총리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본인 생각 속에 단 1도 레임덕이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총리가 8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권을 거머쥔다면, 그 직후부터는 더욱 냉혹한 현실정치와 마주하게 된다. 당선과 동시에 그에게는 ‘이재명 전도사’, ‘청와대 2중대’라는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정당이 청와대의 거수기나 종속물로 전락했다는 인상을 줄 경우, 당의 독자성과 집권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매력은 급격히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한 몸’이 된다는 것은 운명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당 대표의 희비와 정치적 생명이 완전히 연동되는 결과를 낳는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면 그래도 되지만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폭락한 상태다. 정부의 실정이 고스란히 당 대표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다. 그러면 김민석 체제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침몰할 수도 있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는 당 대표가 되더라도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당장은 이 대통령을 지키는 방패이자 국정을 보조하는 조력자로서의 당 대표 역할에 충실하겠지만, ‘관리형 대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자기 정치’를 펼치게 될 것이다.


    즉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이 대통령과의 미시적·거시적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란 뜻이다.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재 권력과 미래권력의 숙명적 관계이다.


    호위무사가 필요한 이재명 대통령의 운명도 참담하지만, 호위무사를 자처하다가 돌아설 수밖에 없는 집권당 대표의 운명도 기구하다.


    이 모든 것은 피고인 신분의 대통령이 선출된 탓이다. 대한민국 역사에 다시는 이런 불행한 대통령이 나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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