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대법관을 고른다고?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6-08-20 12:04:10
    • 카카오톡 보내기

     
    주필 고하승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협의하지 않은 채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자 2인을 제청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두고 관례를 깬 일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형사재판을 받아야 할 피고인이다.


    세상에 어떤 피고인이 감히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협의해서 고른단 말인가.


    이는 도둑놈이 경찰서장을 고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협의하지 않고 대법관의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법기술원장”, “사법농단” 등의 표현을 쏟아내며 사퇴를 촉구했고 일부 지도부는 탄핵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김민석 대표는 “조희대 씨 정신 차리고 당장 나가라”고 했고 20일에는 김남준 홍보위원장 임명 뒤 첫 지시로 전국에 '법치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도록 했다.


    집권당 대표의 취임 일성이 ‘조희대 탄핵’인 셈이다.


    헌법에서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을 준 이유는 사법부 독립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관 제청을 하면서 대통령과 미리 협의해서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람을 제청하지 않았다고 발끈해서 탄핵을 거론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대법원장이 감히 대통령께 대면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 법인카드, 대북송금 등 무려 다섯 건의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다.


    그중에서 대북송금 의혹과 같은 사건은 매우 중대한 범죄 의혹으로 유죄판결 시 징역형이 불가피하다. 이미 공범으로 지목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징역 7년 8개월의 중형을 확정받고 감옥에 수감 된 상태다. 이 대통령도 유죄판결을 받으면 그 옆방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또 공직선거법 사건은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한 사건이라 재판이 다시 열리면 그 끝은 대법원이다. 이번에 임명되는 대법관들이 이 대통령 범죄 의혹 사건을 재판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재판을 받아야 할 피고인이 자신을 재판할 판사를 입맛대로 고른다면 그게 과연 공정한 인사이겠는가.


    정말 공정하게 대법관을 임명하려면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중단된 재판을 모두 받아서 유죄판결이 나면 그 대가를 치르고, 무죄 판결이 나면 자유롭게 대법관을 고르라는 말이다.


    그러면 조 대법원장도 기꺼이 대통령과 대법관 제청을 두고 협의할 것 아니겠는가.


    김민석 대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비록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하지만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기꺼이 ‘이재명 방탄 대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집권당 대표 아닌가. 대통령 심기를 경호하는 당 대표가 아니라 민생을 살피는 대표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같은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공소취소’ 압박 등에 시달리던 정 장관이 청와대와 인사처에 사퇴서를 낸 것은 이재명 사법리스크 지우기에 대한 부담 때문일 것이다.


    나중에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심판대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 그는 작년 11월 대장동 항소 포기의 외압을 행사함으로써 이미 대통령 재판 지우기의 공범이 되고 말았다. 정권이 교체되면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판이 진행될 것이다. 김민석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범죄 지우기’에 가담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경고한다. 세상에 어떤 피고인이 감히 자신을 재판할 대법관을 협의해서 고른단 말인가.


    부끄러운 줄 알고 입을 닫아라.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