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

    칼럼 / 시민일보 / 2022-06-19 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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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ㆍ의학박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이 과반을 넘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과 법사위원회 꼼수 사보임까지 감행하면서 ‘검수완박법’을 국회에서 강행처리하였다. 그리고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를 공포했다. 민주당내에서도 “‘검수완박법’과 같은 국민 민심과 동떨어진 법의 졸속 강행 처리와 공포로 ‘6.1 제8회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대패한 결과가 나왔다.”고 할 정도로 무리수였음을 자인하고 있다.

    왜 다수의 국민들은 ‘검수완박법’을 반대할까?

    첫째, 다수의 국민들은 ‘검수완박법’의 실행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은 국민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국회의원 등 입법기관은 국민들에게 불신의 대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여 2021년 1월부터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부패 · 경제 · 공직자 · 선거 · 방위사업 · 대형참사)로 줄이는 내용의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이 두 법의 일부 개정과 공포로, 소위 ‘검수완박법’으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2대 범죄'(부패 · 경제)로 줄였다. 국민들은 검찰의 권력 남용과 적폐 부분의 힘을 빼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난 정권에서의 정치인들의 권력 남용, 적폐에 대해 현 정권에서 그들의 수사에 대한 원천 봉쇄를 시도하기 위함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또한, 현시점에서의 ‘검수완박법’이 정치인과 특권층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잡아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다.

    둘째, 갑작스러운 검 · 경시스템의 변화는 국가운영은 물론 국민들의 일상에도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통과된 ‘검수완박법’은 안전점검 없이 부실 시공하는 건설 현장보다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눌 경우 검찰이라는 수사기관의 전횡을 방지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검찰이 주로 담당했던 6대 범죄는 의료로 비교하면 전문의가 진찰하고 치료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인데, 갑자기 이 영역을 아무런 준비 없이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경찰에게 넘긴다는 것은 경찰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전문 의료영역에서 진찰과정과 치료과정이 분리될 수 없듯 검 · 경 수사기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의료기관의 존재 목적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병의 치료를 도와 국민들을 건강하게 돕는데 있듯 수사기관의 존재 목적은 범죄자를 잡아 국민들을 안전하게 살게 하는데 있다.

    벌써 현장에서 부작용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변호사의 73.5%가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72.5%가 수사지연의 원인으로 ‘경찰 수사 역량 부족’을 꼽고 있다. 왜냐하면, 경찰 입장에서 보면 평소 보다 업무량이 과다해졌을 뿐 만 아니라, 평소에는 잘 다루지 않았던 검사의 전문 영역 업무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사가 지연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자유로워지는 것은 범죄자이고 피해자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제 9월에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부작용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의원입법’이라는 이유로 검토도 제대로 되지 않은 국회의 입법 폭주가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법’인가? 묻고 싶다.


    셋째, 법안 처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와 내용의 위헌성 여부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 (global standard, 세계표준)에도 맞지 않다는 점이다. 헌법학자들에 의하면, “‘검수완박법’이 우리나라 헌법에서 검사만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영장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라는 취지로 검사를 수사의 주체로 본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한국형사법학회가 2017년에 발행한 김성룡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개국(77%)은 헌법이나 법률에 검사의 수사권을 명문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처럼 법체계가 유사한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대륙법계 국가들은 검사의 수사권이 있다. 진정한 법치국가는 법 없이 상식으로 살아도 갈등 없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다. 법은 최소한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고 상식적이지 못한 법제정으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그리고 법을 제정하려면 상위법인 헌법도 살펴보는 것이 법치국가의 최소한의 도리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입법완박(입법권 완전박탈)’이 진정한 법치주의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넷째,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기관의 권력 남용과 불공정성은 문제이다. 특히 정치권이나 특권층의 권력이나 외압 그리고 금권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수사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만약 내가 6대 범죄의 피해자라면, 검찰과 경찰 중 누가 수사해주기를 바랄 것인가? 스스로 답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대부분은 일상생활에서 검찰이 아니라 경찰을 마주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차를 운전할 때마다 경찰 눈치를 본다. 경찰의 방범 카메라는 우리를 관찰한다. 물론 그 덕분에 질서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은 검찰 권력의 남용과 불공정성보다 경찰 권력의 남용과 불공정성을 더 자주 느낄 확률이 높다. 다시 말해 검찰의 공포보다 경찰의 공포가 더 클 수 있다.

    우리 국민은 무소불위의 ‘검찰공화국’과 무소불위의 ‘경찰공화국’ 그 어느 것도 바라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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