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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는 ‘간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 다닌다.
모호한 태도로 적당히 간만 보다가 나중에 기회주의적인 결정을 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안 의원도 자신에게 그런 별명이 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누가, 왜 그런 별명을 붙였을까?
안 의원은 "'간철수'라는 별명을 국정원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라며 "(그때) 내가 냈던 세금이 가장 아까웠다"라고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글쎄.
그의 말처럼 ‘간철수’라는 별명이 정말 국정원에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태도가 그만큼 모호했던 것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의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여러 주자 가운데 그나마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인물이기에 하는 진심 어린 충고다.
안철수 의원은 31일 “제가 가진 생각을 올바르게 밝히는 게 정치 리더의 자질”이라고 말했다.
맞다. 정치 지도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전날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이 “당의 리더로 나서려고 하는 의원이 적당히 눈치 보며 뒤늦게 의원총회 결과를 뒤집는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해선 안 된다”라고 자신을 저격한 데 대한 반박이다.
그런데 김 의원의 지적 역시 맞다. 정치 지도라면 ‘눈치 보기’를 해선 안 된다.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맞는다면 시빗거리가 없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의원총회를 열고 법원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정지 결정에 따라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 전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그는 “(의원총회에서) 절반 정도가 비대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또 절반 정도가 비대위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혔다”라며 “비밀 투표에 부쳤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의총의 비대위 전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데, 그러면 안 의원은 의총에서 비대위 전환에 대해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했을까?
아니다.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반대 의견이 소신이었다면, 의총에서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밝히고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의총에서 침묵하다가 뒤늦게 의총 결정을 뒤집는 발언을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간 보기’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비밀 투표’에 부칠 경우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비밀 투표’를 요구했어야 하는 데 그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뒤늦게 의총장 밖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니까 ‘역시 간철수’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개인의 유불리는 따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아니다. (의총 직후) 지역 주민 의견도 듣고 또 심사숙고해서 제가 의견을 내는 것, 그게 정치”라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건데 동의하기 어렵다.
의총에서 느닷없이 비대위 전환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 것인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심사숙고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는 차기 당권 주자로서 유불리를 계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의총 결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 뒤늦게 슬며시 대세에 편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팬덤 ‘이대남’을 의식했을 것이다.
그러니 ‘간철수’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 의원에게 당부한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 문제를 놓고 얼마나 ‘간보기’를 많이 했었는가. 그로 인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은 애간장이 타는 마음으로 단일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그 이전 서울시장 재보궐 당시에도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역시 비슷한 과정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안철수 의원의 ‘간 보기 정치’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이건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 자신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간 보기’를 중단하고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강철수’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기꺼이 지지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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