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석, 180석 발언 절대 하지 말라”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선 낙관론’에 대해 경계령을 내린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지난 달 3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전략동향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특히 170석, 180석 같은 발언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까지 민주당 전략위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등을 들어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니 근거없는 총선 낙관론을 극도로 조심하라고 당부한 것.

막말이나 거친 언사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의석수를 높게 전망하면 ‘오만함’ 프레임에 걸리기 쉽고, 표 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사석에서 내년 총선 목표를 ‘170석’으로 전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자 당 지도부에선 “우리도 조심해야 할 프레임”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역대 총선에서 낙관론을 펼치다 망한 경우가 적지 않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가 내놨던 ‘180석 전망’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 전 대표는 총선을 4~5개월 앞두고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 “여권이 단결된 상태로 가면 선거는 무조건 이긴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180석 이상을 얻어야 하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말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신당 창당 등 야권이 분열하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도 승리를 예상하는 전망이 넘쳤다.

하지만 이른바 ‘옥새 파동’을 거치면서 당시 새누리당 선거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당 지지율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김 무성 당시 대표는 총선 직전 인천 유세에서 “180석까지 얻어보자고 욕심냈지만, 이번에 잘못하면 과반수 의석도 좀 간당간당하다”고 읍소하며 태세를 전환했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과반수에 한참 못 미치는 122석을 얻으며 123석을 얻은 민주당에 밀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에 앞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던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의 낙관론도 무참히 깨졌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연대로 승기를 잡은 민주통합당은 임기 말 레임덕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론’을 펼치며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실제 당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저희의 절절함과 절박함을 훼손하는 나쁜 프레임”이라며 “그런 오만한 생각은 민주당의 생각도, 민주당 후보의 태도도 결코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박근혜 비대위’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뒤 “거대 야당의 폭주를 막게 힘을 모아달라”는 읍소전략을 펼치며 공격적인 중도 확장에 나선 결과 판세가 뒤집혔다.

과반이 넘는 15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127석을 얻은 민주통합당을 누르고 1당으로 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22대 총선을 앞둔 현재 민주당 지도부의 ‘막말 경계령’은 대여투쟁 강화 기조 속에서 난무하는 극단적인 발언에 가려 힘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대회에서 경기도당위원장인 임종성 의원이 “X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을 수 없다”고 외쳐 논란이 일었다.

윤영찬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 검찰개혁을 반대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며 ‘쿠데타’를 언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국회 본회의 도중 지인과 일본 여행 관련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막말이나 이상한 행동 한 번에 여론이 확 안 좋아진다. 그런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