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 전자담배 액상을 담배로 인식하지 못한 채 수입했다는 이유로 수억 원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중국산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을 수입ㆍ판매한 A씨 등 수입업자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부담금 부과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 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에 있는 한 업체가 제조한 액상 니코틴 원액이 포함된 전자담배 용액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했다.
이들은 해당 니코틴이 연초의 잎이 아닌 뿌리나 대줄기에서 추출했다고 세관 당국에 신고하고, 수입품이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 같은 조치는 기획재정부가 2016년 9월 "연초 잎이 아닌 줄기와 뿌리 부분에서 추출한 니코틴은 담배사업 법령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담배에 대해 정부가 부담금을 부과ㆍ징수하되, 제조자나 수입업자가 이를 제품 가격에 포함시켜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A씨 등이 수입한 제품이 연초 잎을 원료로 한 담배에 해당한다며, 업체 별로 약 2억8000만원~10억4000만원에 이르는 부담금을 부과했다.
이에 A씨 등은 수입품이 담배가 아니거나 담배 부산물을 원료로 했을 뿐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과거 동일한 중국 업체가 생산한 액상 니코틴을 둘러싼 비슷한 소송에서 "문제의 액상 니코틴은 연초 잎에서 추출된 것"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점을 고려해, A씨 등의 수입품 역시 담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복지부 처분이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결국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A씨 등은 실제로 중국 업체가 연초 뿌리나 줄기에서 니코틴을 추출했다고 인식했고 당국을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물품이 연초 잎에서 추출한 담배에 해당한다고 인식하지 못한 과실은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연초 잎에서 추출했음을 확정적으로 인식했음에도 이를 감췄다고 볼 자료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세관이 요구하는 서류를 중국 업체로부터 받아 제출했고 정상적으로 통관 조치가 이뤄졌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 A씨 등에게 부담금을 걷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국민건강증진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제품 가격에 부담금을 포함시키지 않아 부담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부과한 부담금은 물품 판매로 인한 매출액의 약 3.5배에 달한다"며 "이는 더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압살적·몰수적 수준이어서 직업 수행의 자유와 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담금 부과 처분이 직접흡연 및 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줄이거나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부담금의 목적에 기여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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