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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행사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보기에 그게 옳으냐 하는 문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불체포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것이라서 개헌을 해야 고칠 수 있다. 개헌하지 않는 한 현행법상 정치인이 자기가 활용할 수 있는 권리 보장 방법을 지키면서 자기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을 뭐라고 나무랄 순 없다"라고 했다.
정말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누리는 것을 나무랄 수 없는 것인가.
아니다. 비록 그것이 헌법상 보장된 특권이라 해도 국민은 그의 정치적 판단을 질책하고 특권 뒤에 숨은 그의 비겁함을 준엄하게 꾸짖을 수 있다. 국회의원에게 불체포특권이 있다면 국민은 그걸 행사한 자를 표로 심판할 특권이 있다.
차제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국민의힘 소속 의원 51명이 지난 23일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을 했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의당은 이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다. 원내 제1정당인 민주당만 불체포특권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사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중대범죄에 대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민사상의 체포에 관해서만 불체포특권을 인정한다. 그 외에 형사 범죄 등 대부분 범죄에 대해선 회기 중, 언제든지 의원 체포가 가능하다. 실제 미국의 연방헌법 제1조 6항을 보면 반역죄, 중죄, 치한 방해죄(경범죄)를 제외한 경우에만 불체포특권을 적용한다.
독일도 공범, 범죄 은닉자, 기타 범죄참가자 등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불체포특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이 외에도 면책특권 등 무려 200여 가지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황당무계한 한동훈 장관의 ‘술자리’ 의혹 제기로 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음에도 처벌받지 않은 건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면책특권’ 탓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을 축소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또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국회의원수당법)'에 근거해서 세비를 받는데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한 해 1억 5000만 원이 넘는다. 1인당 GDP 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가히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할만하다.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임금의 5배에 달한다.
이 세비는 일을 안 해도 나온다. 심지어 뇌물수수 등 각종 혐의로 구속돼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국회의원들도 유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세비를 받을 수 있다.
이 세비를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임금 수준으로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많아도 평균임금의 두 배 이상은 안 된다.
특히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스웨덴은 국회의원이 회기 중 결근을 하면 세비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도 일한 만큼만 세비를 받도록 손 볼 필요가 있다.
또 국회의원 보좌직원 수가 너무 많다.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두며, 보좌직원에 대하여는 ▷보좌관(4급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 2인 ▷비서관(5급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 2명 ▷비서(6·7·8·9급상당 별정직국가공무원) 각각 1명의 범위 안에서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3명 이내로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정수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그 논의는 국회의원 특권과 세비를 줄이고 보좌 인력을 축소한 이후에나 진행해야 한다. 그것도 반드시 국민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자 국민적 저항에 부딪힌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데 의원 정수부터 늘리자니 국민의 반대에 부딪힌 것 아니겠는가.
선후가 바뀌었다. 먼저 특권 내려놓기, 세비와 보좌 인력 줄이기부터 논의하고, 국민이 그만하면 되었다고 인정할 때 의원정수 확대와 선거구제 개편을 논의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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