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또 전당원 투표 ‘꼼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3-02 13: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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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겠다”라고 밝혔다. 당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당 대표직 사퇴론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297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표결에 참석한 점을 고려하면 최소 31명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친명계는 이탈표를 “당권 투쟁을 위한 조직적 이탈표”로 규정하며 비명계에 책임을 돌렸다.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해당(害黨) 행위자’로 규정하거나 ‘배신자’로 규정하는 강경파 의원들도 있다. 심지어 친명계 일각에선 “찬성표를 찍은 의원들을 색출해 내야 한다”라는 등의 강경한 발언들까지 나왔다고 한다.


    반면 비명계에선 “이번 표결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다음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가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상민 의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탈표 숫자보다) 걱정과 우려가 큰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라며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이탈표가 나온 원인을 묻자 이 의원은 "'방탄국회' 비판이나 이 대표 스스로 대선 당시 공약한 '불체포특권 폐기'를 뒤엎는 데 불편해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라면서 "그것(기권·무효표)도 (체포동의안) 찬성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거취 문제를 앞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라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쥐고 있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는 의원들은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본선을 우려해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당 대표직을 절대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측근들은 이 대표의 사퇴 여부를 전(全) 당원 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당원들이 뽑은 당 대표이니 사퇴 여부는 당원에게 물어보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다. 얼핏 당연한 제안인 것 같지만, 이는 당원 다수가 친명 성향인 상황에서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딸들이 투표할 텐데 결국 이재명 대표에게 면죄부 주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실 민주당 지도부는 어떤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전당원 투표’라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왔으나, 그 결과는 항상 최악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당헌 개정 전당원 투표를 했다. 정치적 결과에 대한 숙고 없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당헌에까지 명문화했던 무공천 약속을, 당원 대중의 다수 의견을 근거로 5년 만에 뒤집은 셈이다. 당시 ‘현실론’을 핑계로 정치 혁신의 명분을 너무 쉽게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이낙연 당시 대표는 전당원투표를 강행했다. 이낙연은 투표 첫날 대표실 명의 트위터에서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온라인 투표로 참여해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압도적 당원 찬성으로 당헌은 개정됐고,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에 후보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두 선거 모두 민주당이 참패했으며, 그로 인해 이낙연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대선후보 경선에서마저 패배하고 말았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한 전당원투표라는 ‘꼼수’가 이낙연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약속 번복의 수단으로 전당원 투표를 활용한 것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전당원 투표를 거쳐 철회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에는 비례위성정당을 ‘꼼수’라고 비판하더니 전당원 투표를 통해 민주당도 위성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방향을 이미 정해 놓고 당원에게 뜻을 묻는 방식이란 점에서 이는 ‘당원의 도구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의 거취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전당원 투표에 부친다면, 그것은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그 결과는 이낙연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이재명의 퇴출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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