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갈범'으로 법정에 설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5-12-11 13: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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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금품을 건넸다는 통일교 관계자 진술의 파장이 커지면서 급기야 ‘통일교 게이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자신의 결심 공판에서 통일교 측이 지원한 민주당 정치인들의 실명을 공개하면 이재명 정권이 흔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상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 때에는 통일교로부터 돈을 받은 민주당 인사 명단까지 제출했는데, 정작 재판에선 단 한 사람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실제로 그는 민중기 특검 조사에선 전재수 해양부 장관에게 까르띠에·불가리 시계 등과 함께 현금 4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는가 하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도 거론했다고 한다. 조사과정에서 정치후원금이나 출판 기념회 등으로 금전적 지원을 한 민주당 정치인이 15명에 이른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채널A’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2022년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 측이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의 접촉을 추진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모 전 통일교 부회장은 “후보자나 사모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쪽(이재명 측)에서 A 의원을 보내서 본부장님(윤 전 본부장)을 만나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의원은 당시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후보 최측근으로 꼽히던 현역 의원이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은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직접 연락이 왔다”며 “직접 총재를 뵙겠다고 한다”고 말했고, 이 전 부회장은 “제가 정진상 쪽에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통일교 핵심 인물에게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는 영상까지 남아 있다.

    따라서 그가 결심 공판에서도 이런 사실들을 모두 밝힐 것이고, 그러면 이재명 정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일반의 예상과 달리 그는 침묵했다.

    특검에서는 상세하게 진술했던 그가 왜 법정에선 입을 굳게 다문 것일까?

    어쩌면 결심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통일교를 겨냥해 종교 재단 해산을 언급한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다. 앞서 지난 2일에도 통일교 재단 해산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그래서 겁먹은 ‘통일교 2인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못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직접 ‘통일교 입막음 작업’에 나선 것으로 사실상 권력의 힘으로 공갈·협박한 공갈범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이제야 “특정 종교단체와 정치인 간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관계없이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니 이건 또 무슨 쇼를 벌이자는 것인가.

    정말 그런 지시가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면 가장 먼저 이른바 ‘이재명의 분신’이라고 불리는 정진상 전 실장부터 엄정하게 수사하는 게 맞다. 그것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구속 수사했듯이 정 실장도 그렇게 하는 게 공정하다.

    그렇게 하지도 못하면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면 그건 진정성 없는 쇼로 여겨질 뿐이다.

    그런 쇼로 일시적으로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비밀을 감출 수는 없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 국회의 압도적 다수 의석을 철석같이 믿는 모양인데 영원한 권력은 없다. 언젠가는 ‘통일교 게이트’ 사건을 다시 다루게 되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 이 대통령은 통일교 간부의 입막음을 위해 종교 재단 해산 검토를 지시한 공갈범으로 법정에 서게 될 수도 있다. 공갈범은 매우 엄하게 다뤄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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