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대 국회가 한창이지만 벌써 최악의 평가는 내려졌고 향후에 대한 기대도 접은 지 오래다. 양대 정당은 서로의 입장만을 고집하며 정쟁에 몰두하느라 바쁘다. 국민의 비난에는 상대 때문이라고 치부하곤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부끄러운 자기 변명이자 부정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국민들이 우리 정치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들 말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극에 달해 있다. 정치학자들과 언론인들은 더 난리법석을 떨며 정치를 짓밟고 있다.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너나 할 것 없이 정치라면 욕설과 함께 말도 못할 비난을 쏟아낸다.
어찌 보면 정치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 동서고금 모두 다 비슷하긴 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비난은 극도로 높다. 반대하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너무 강해 선거가 끝나면 한국과 달리 승복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정치를 없앨 수 있을까. 답은 명백하다. 정치를 없앨 수는 없다. 아무리 밉다고 해서 정당과 국회를 없애고 정치인들을 다 쫓아내고 빈 자리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외국인에게 한국 정치를 맡기는 게 나을 거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말 외국인이 와서 한국 정치를 맡게 한다면, 그들은 좋은 정치를 펼칠까. 먼저 일할 조건을 따져 보고 높은 비용과 좋은 근무조건을 요구할 것이다. 국민들은 그들의 요구부터 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아니, 현재의 한국 정치라면 손을 내저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맡게 된다면 지금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답답하고 느린 정치를 할 것이다. 누가 와도 정치를 하루 아침에 확 바꾸지도 못할 것이다. 바뀌더라도 서서히 바뀔 것이다.
사실 현명한 국민이라면 최소한 정치를 잘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리라 본다. 정치가 국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삶의 질과 이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국회를 정치의 무대로 만들었고, 정당 정치를 우리 국가체제 근간의 하나로 삼았으며, 대통령을 선출해 국정을 맡겼기 때문이다.
원래 정치는 정권 차원과 정책 차원의 2가지 국면이 있다. 한국 언론은 거의 정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편이다. 각 주요 정당의 당권 투쟁이나 여·야 간 무한대결을 주요한 쟁점으로 다루고 있다. 국정 차원에서도 국회를 통과한 중요한 법률들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차원이 아니라 통과되지 않은 법안 한두 개를 강조하며 정치 실종 및 무능력한 국회와 정부를 각인시키느라 바쁜 경우가 많다.
반면에 국민 입장은 다르다. 날이 갈수록 정권 차원의 정치 행위보다 정책 차원을 놓고 정치를 펼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해 관계에 직결된다는 현실을 자각하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편 온라인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어떡하든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래도 최선의 방법은 선거다. 정당과 정치인의 생명이 선거로 모두 결판나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이 원하는 바를 듣고 실천하려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정치의 본질은 국민에 대한 정치 서비스를 제대로 받고 싶고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국민이 집중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정치는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그 역할을 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정치인에게 정치 서비스를 강제하는 것이 현명하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직접 전달할 곳도 정치 밖에 없으며, 진정성 있게 듣고 정책으로 실현해주는 곳도 그나마 정치이기도 하다. 21세기형 정치는 바로 이런 정치 서비스를 둘러싼 논의가 전개되어야 맞는다.
필자는 한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국가발전의 긍정적 기능을 하려면 ‘정치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용어를 통해 정치 수요자, 즉 국민 중심의 정치, 일하는 생산적 정치, 참여와 소통이 쉽고 편한 정치란 3대 국면을 모두 현실화 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현명한 국민이라면 정치비용을 들더라도 정치인이 정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며 맞는다. 사실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듯이 정치 서비스에도 제대로 정치비용을 지불하고 요구하는 게 더 나은 것이다. 한국 국회는 국회의원과 보좌진 모두 포함해서 한해 7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쓴다. 몇 천억을 더 쓰더라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춰 주고 좋은 정치 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 현명한 국민의 자세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를 정치 논리로 하지 말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를 경제 논리로 보아서도 결코 안 된다. 정치는 경제 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바로 자신의 문제로서 정면에서 다루며 풀어가야 한다. 그래서 현명한 국민은 정치 서비스를 원하기 마련이고, 그 일을 하는 좋은 정치는 국민에게 가치 있고 쓸모 있으며 이익이 된다. 그래서 정책과 자원 배분을 잘 하는 질좋은 정치 서비스는 절대로 필요한데, 그렇게 만들려면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똑같기 때문에 국민적 역량도 필요한 법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