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가속화, 월세 주거비 부담 덜어주고 주택공급 늘려야

    칼럼 / 시민일보 / 2025-10-20 14: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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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정부가 서울시 25개 구 전역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37곳을 10월 16일부터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 지역’으로 묶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아파트를 사지 못하게 하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시행 이후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사실상의 ‘거래통제’에 부동산시장이 질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한 가운데 주택 전·월세시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가 지속되는 데다 전세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화 등이 포함된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서 수도권에서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가 증가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보다 월세 부담이 훨씬 더 큰 만큼 정부는 세입자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난 10월 19일 케이비(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6·27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된 6월에 0.33% 급등한 데 이어, 9월에는 0.39%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월세 역시 6월 0.29%, 9월에는 0.33% 상승하며 서울 내 임대차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소유권 이전 전 전세대출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서울 지역 전세 매물이 크게 줄고 있다. 특히 ‘갭(Gap│전세를 낀 주택 구입) 투자’를 통한 전세 공급이 위축되면서 시장 내 전세 물량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를 봐도 KB부동산 통계와 같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1월 0.0%, 2월 0.07% 등 안정세를 보였으나 대출 규제가 시행된 6월 0.33%로 뛰어오른 뒤 9월에는 0.39%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역시 지난 1~5월에는 월간 0.10~0.21%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6월 0.29%를 기록하더니 9월에는 0.33% 올라 월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 폭에 견줘 유사한 흐름이지만,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반대로 월세매물은 증가하면서 ‘전세난’ 우려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전세 사기의 공포가 부동산시장을 덮친 이후 시장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에 탄력이 붙었다. ‘위험한 전세를 사느니 차라리 월세가 낫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선 점도 월세화를 더 빠르게 하는 데 불을 붙인 것이다.

    지난 10월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21만 7,191건 중 월세 계약은 14만 3,836건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세 건 중 두 건이 월세 계약이라는 의미다. 월세 비중은 1월 59.34%, 2월 63.16%, 3월 59.47%, 4월 59.98% 등으로 50% 후반대에 머물다 5월 63.22%, 6월 63.43%, 7월 64.1%, 8월 66.23% 등 하반기 들어서는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4.26%로, 지난해 말부터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개월간의 흐름을 보면 7월 4.23%, 8월 4.25%, 9월 4.26%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전·월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1~8월 기준 전국 주택 월세 비중은 62.2%를 차지했다. 2021년 41%에서 2022년 50%대를 넘어선 뒤 3년 만에 60%를 넘긴 것이다. 서울의 경우 그 비중이 64%까지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6·27 대출 규제’ 시행으로 소유권 이전부(移轉附) 전세자금 대출이 금지된 데 이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서울 전역 및 경기도 12개 지역에선 주택 매입 시 2년 실거주 의무화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연초 대비 20% 이상 줄었다고 한다.

    문제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내몰리면서 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올해 9월 아파트 월세가격지수(기준 2022년 1월=100)는 서울이 129.7, 수도권은 130.1을 나타냈다. 이는 3년 9개월 사이에 서울이 29.7%, 수도권은 30.1% 상승했다는 얘기다. 최근 1년 사이 월세가격 상승률도 서울이 10.8%, 수도권은 9.4%나 된다. 여론 주도층들은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값 급등 현상에 주로 주목하는데 세입자들은 그런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전세대출은 그동안 정부의 보증 지원이 확대되고 주택 구매자들의 ‘갭투자’에 잘못 활용되면서 전세가격뿐만 아니라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런 만큼 정부의 전세대출 지원은 줄여나갈 필요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인 전세제도 자체도 주거 사다리 역할이라는 전통적인 장점보다는 갭투자·전세 사기 등의 단점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차츰 월세로 전환해 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월세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서둘러 주택공급 늘려야만 한다.

    전세는 월세와 비교해서 저렴한 거주방식이고, 정부도 전세를 주거복지 제도로 사실상 인식하고 지원해 왔다. 그 결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과정에서 전세는 무이자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로 활용되었고, 전세대출은 이를 뒷받침하면서 집값을 상승시켰다. 이러한 전세 레버리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액 전세대출은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세 레버리지를 대신할 대안적 주택담보대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월세 보조금이나 월세 소득공제 등을 통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재정 여건이 허용되는 수준에서 공공임대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처럼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제3 섹터(Sector) 방식의 임대사업자를 육성해 서민층의 주거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안타까운 것은 부동산 대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조만간 ‘10·15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세부적인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초강력 규제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를 불식하려는 조치다. 정책은 신뢰가 중요한데, 이 상태로는 시장 안정은커녕 국민 불안만 가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공공청사 등 유휴 용지를 활용해 주택공급을 늘리고, 재건축 관련 제도 완화를 통해 정비사업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 등 ‘인센티브(Incentive)’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공급을 둘러싸고 큰 정책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식에서 서로 어긋나는 모양새를 보인다. 정부는 투기 수요 억제와 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는 반면,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신속한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는 결국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정책 불신과 시장 혼란이 커지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그만큼 멀어져 가게 된다. 정부는 세부 공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중복 규제나 행정 마찰을 최소화해 정책 공조의 ‘시너지(Synergy)’를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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