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은 왜 아직도 가난한가?

    칼럼 / 시민일보 / 2026-06-01 1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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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정치의 무능은 어떻게 한 도시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가?

     
    김정겸 경민대학교 미래융합교육원장



    “정치에 무관심한 대가는 결국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말은 오늘날 연천군의 현실 앞에서도 섬뜩할 만큼 정확하게 되살아난다.

    연천군은 수도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수도권 같지 않은 도시다. 서울과 불과 한 시간 남짓 거리이지만, 경제적 체감 거리는 마치 수십 년 떨어진 변방처럼 느껴진다. 인구는 줄고, 청년은 떠나고, 상권은 무너지고, 지역은 늙어간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쇠퇴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재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정치적 무능의 누적된 결과이다.

    연천군의 면적은 약 676㎢로 서울보다 넓지만, 인구는 4만여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전체 면적의 92% 이상이라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 자체가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규제를 극복하고 성장한 지역도 많다. 진짜 문제는 규제를 핑계 삼아 아무런 미래 전략도 만들지 못한 정치의 빈곤이다.

    정치는 본래 미래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연천의 정치는 오랫동안 미래를 설계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은 중앙정치의 언어만 반복했고, 군수는 임기 내 보여주기 사업에 몰두했으며, 군의원들은 지역 비전보다 생존형 정치에 익숙해졌다. 그 결과 연천은 “발전하지 못한 도시”를 넘어 “발전이 지연된 것에 익숙해진 도시”가 되어버렸다.

    더 냉정하게 말하면, 연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적 상상력이 실종된 지역이었다. 도시는 철학 없이 성장하지 않는다. 산업 전략 없는 경제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연천의 정치권은 오랫동안 무엇을 했는가. 기업을 유치할 장기 전략은 있었는가. 청년 인구를 붙잡을 교육 혁신은 있었는가. 수도권 북부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한 국제적 비전은 있었는가. DMZ와 생태자원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울 철학은 있었는가.

    안타깝게도 연천 정치의 대부분은 “관리”에는 익숙했지만 “창조”에는 서툴렀다. 그래서 연천은 늘 잠재력만 이야기하는 도시가 되었다.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현실은 가난하다. 관광을 말하지만 체류형 산업은 약하고, 평화를 말하지만 국제도시는 되지 못했으며, 농업을 말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연천은 “가능성의 도시”라는 말 속에서 수십 년을 정체해 온 셈이다.

    경제는 절대로 저절로 살아나지 않는다. 경제는 정치의 결과물이다. “어떤 기업이 들어오는가. 어떤 도로가 연결되는가. 어떤 교육기관이 생기는가. 어떤 인재가 머무르는가.” 그 모든 것은 결국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다. 그래서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순간, 경제 역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시민들이 “정치는 다 똑같다”고 체념하는 동안, 지역은 점점 더 늙고 가난해진다. 청년은 떠나고, 아이 울음소리는 줄어들며, 빈 점포만 늘어난다. 정치적 무관심은 결국 경제적 가난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연천의 가장 큰 비극은 가난 자체가 아니다. 더 큰 비극은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이 “원래 연천은 안 되는 곳”이라는 패배주의에 길들여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도시의 운명은 지리보다 지도자가 결정한다. 역사를 바꾸는 것은 조건이 아니라 비전이다.

    지금 연천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얼굴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고이다. 행정형 정치인이 아니라 경제를 이해하는 전략가, 지역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지도자이다. 특히 앞으로의 지방선거는 단순히 군수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 그것은 연천이 앞으로도 쇠퇴의 관성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 북부의 새로운 경제·교육·관광 거점으로 도약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시민은 이제 질문해야 한다.
    누가 연천의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 누가 청년을 돌아오게 만들 수 있는가? 누가 교육과 경제를 연결할 수 있는가? 누가 중앙정부와 세계를 상대로 연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정치는 결국 시민 수준의 거울이다. 침묵하는 시민 아래에서는 결코 위대한 정치가 탄생하지 않는다. 연천은 더 이상 “접경지역”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을 시간이 없다. 이제는 피해의식의 정치가 아니라 미래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10년도 지난 50년의 반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는 늙어서 쇠퇴하는 것이 아니다. 비전을 잃을 때 쇠퇴한다. 그리고 그 비전을 선택하는 마지막 힘은 결국 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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