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에서 피어난 자립의 꽃

    칼럼 / 시민일보 / 2025-08-07 14: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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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길, 우리 모두의 과제

     
    홍성만 굿윌스토어 상임고문


    오늘날 대한민국은 고령화와 기술 발전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물결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존재들이 있습니다. 바로, 발달장애인들입니다. 단지 지적 능력의 차이로 인해 사회의 문턱에서 고립되고 소외되어 왔던 이들에게, 이제는 더 많은 관심과 연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자립은 단순한 생계유지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존재의 가치를 찾는 일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기본 책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 지속적인 정책 개발과 함께 실천의 현장이 요구됩니다. 그 실천의 장으로 자리 잡은 것이 바로 ‘굿윌스토어’입니다.

    사랑과 나눔이 꽃피는 공간

    굿윌스토어는 1902년 미국 보스턴에서 에드거 헬름스(Edgar Helms) 목사가 가난한 이민자들과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시작한 작은 사랑의 실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증받아 수선한 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물품을 다시 사회에 되돌리는 순환의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그 철학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 수천 개의 굿윌스토어로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각국에서 장애인, 노숙자, 재소자, 약물 중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뤄내는 디딤돌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굿윌은 2021년 기준 74억 달러(한화 약 9조 6천억 원)의 수입을 올리며, 12만 8천 명에게 직접 일자리를, 200만 명에게 재활 및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故 강영우 박사의 헌신적 노력으로 2003년 도입되어, ‘함께하는재단’의 굿윌스토어가 중심이 되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현장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벽 앞에 선 발달장애인들

    발달장애인들은 특수학교를 졸업한 이후, 사회와의 접점이 거의 차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이들이 단순노무직에 국한된 취업기회를 접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점점 줄어드는 현실 앞에서 절망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적성과 흥미, 삶을 향한 열망이 존재합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밀알학교는 정서장애,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특수학교입니다. 이곳의 학생들은 사회에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품고, 교육과 재활을 통해 변화의 기회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졸업 이후 현실은 냉혹합니다. 고용시장은 이들에게 여전히 높은 벽으로 다가오고, 빈곤의 악순환은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가 굿윌스토어입니다. 이곳은 단지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아니라, 자립의 훈련장이자 자아실현의 무대이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플랫폼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의 변화 – 일상의 기적

    굿윌스토어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물품 분류, 진열, 판매, 고객 응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단순히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동료와 협업하며 관계를 맺고,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감을 얻습니다.

    그 변화는 눈부십니다. 자녀가 매일 밝게 인사하며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말합니다. “우리 아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그들의 어깨 위에 얹혀 있던 걱정과 무게는 조금씩 가벼워지고, 삶은 더 넓어지고 따뜻해집니다.

    또한, 고객들의 인식도 변화합니다. “장애인이 이렇게 성실하고 잘 일하는 줄 몰랐다”라는 말은 이제 흔한 감탄사가 되었습니다. 고객들은 굿윌스토어에서 발달장애인의 능력을 발견하고, 동시에 자신의 편견을 내려놓습니다. 장애는 더 약점이 아니라, 다름의 표현이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로 작용합니다.

    정책적 제안과 미래를 위한 연대

    굿윌스토어 홍성만 상임고문은 ‘제38회 전국 지적발달장애인복지대회’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미래지원대책 포럼’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손잡고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생산적인 복지와 자립 기반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굿윌스토어와 같은 자활 시설에 대한 예산을 확대하고, 민간위탁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공공기관의 행사 시 굿윌스토어 참여를 보장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단지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강조합니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는 복지가 아닙니다. 그 자체로 존엄을 지키는 길이며, 우리가 함께 지향해야 할 가장 효율적인 사회적 투자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내일

    굿윌스토어는 단순한 상점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일’을 여는 문이며, 희망의 시작입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오늘을 살아내며 내일을 꿈꿉니다. 자립의 첫걸음은 아주 작고 느릴 수 있지만, 그 발걸음이 모여 결국 사회를 움직입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기증할 수 있는가?”, “나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가?” 굿윌스토어는 우리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나눔의 장이며, 그 나눔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희망의 씨앗이 됩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이 시대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자, 함께 꿈꾸어야 할 내일입니다. 굿윌스토어는 그 내일을 향한 첫 번째 다리입니다. 이제, 우리가 모두 함께 그 다리를 놓아야 할 시간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길, 정부와 민간의 따뜻한 동행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작지만 위대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종종 조용히,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지난번에 ‘제38회 전국 지적발달장애인복지대회’가 국회 이름센터와 방송회관 등에서 사흘간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 미래지원대책 포럼’은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포럼의 발표자로 참여한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의 홍성만 상임고문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현실을 진지하게 짚어내며,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미래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홍 고문은 이 자리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표적인 자활 시설인 ‘함재 굿윌스토어’의 운영 철학과 성과를 소개하며, 장애인 복지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단지 ‘도움’이 아니라, ‘기회’로서의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진정한 자립의 시작이라는 그의 주장은 단호하면서도 따뜻했고, 단지 논리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로서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단지 장애인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삶을 일구도록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굿윌스토어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일의 기쁨과 성취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소중한 공간임을 강조했습니다. 의류, 생활용품, 문화용품 등 사용하지 않는 물품과 기업의 재고품이 기증되고, 그것이 굿윌스토어 매장에서 판매되며 생기는 수익금은 고스란히 발달장애인들의 급여와 복지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물품 분류, 진열, 판매, 고객 응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삶의 주체로 거듭납니다. 그 변화는 단순히 직업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자존감의 회복, 사회성과 독립심의 성장을 동반합니다.

    단지 숫자가 아닌 사람, ‘일자리’에서 피어나는 자립의 꽃

    장애인 복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숫자에만 주목합니다. 그러나 홍 고문은 그 너머를 보았습니다. 그는 발달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겪는 삶의 변화를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정기적으로 출근해 동료와 함께 일하고, 급여를 받아 부모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는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통합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굿윌스토어를 찾는 고객들은 처음엔 발달장애인들의 능력에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는 성실함과 따뜻한 태도에 감동하고, 자신이 품었던 편견을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어느새 그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동행자’가 되고, 굿윌스토어는 단절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의 다리를 놓는 공간으로 거듭납니다.

    발달장애인의 성장은 우리 사회의 품격을 말해줍니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특수학교 ‘밀알학교’는 발달장애 아동과 청소년들의 성장을 위한 배움의 터전입니다. 이곳에서 배움을 마친 아이들은 새로운 삶의 무대로 나아가고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졸업 이후 그들이 마주하는 일자리는 여전히 단순 노무에 편중되어 있으며, 개인의 적성과 잠재력을 펼칠 기회는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교육과 사회 진입 간의 틈새는 발달장애인에게는 더 큰 벽으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굿윌스토어는 중요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단순한 노동이 아닌, 의미 있는 사회 참여의 공간을 제공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실현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소외된 존재’에서 ‘존중받는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가족에게도 큰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세계가 주목한 모델, 한국에서도 더 큰 꿈을 향해

    미국의 굿윌은 이미 자립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3,3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약 74억 달러, 약 9조 6천억 원에 이르는 수익으로 12만 8천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200만 명에게는 재활 및 취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판매와 고용을 넘어, 군인, 노숙인, 범죄자, 약물 중독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며, 진정한 의미의 사회 통합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 굿윌의 체계적인 모델을 한국에도 확대 도입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자동화와 이커머스를 통한 자원 선순환 시스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의 확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시설 및 예산 지원, 공공기관 행사 시 발달장애인 참여 우선권 부여 등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 자립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심’과 ‘의지’입니다

    발달장애인 인구는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 사회 속에서 이들의 취업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는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지만,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복지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단순한 시혜적 접근이 아니라, 생산적 복지와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합니다.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수많은 발달장애인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전락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함께 움직인다면, 그들은 국가의 짐이 아니라 자랑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내일을 위한 투자

    굿윌스토어는 더 ‘특별한’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상적인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곳, 사람들이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리는 곳, 소비가 곧 나눔이 되고, 기증이 곧 희망이 되는 곳. 굿윌스토어는 단지 발달장애인의 내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성숙을 위한 귀한 울림입니다.

    작은 기증이, 한 번의 방문이,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의 무게를 우리는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사회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정부가, 기업이, 그리고 우리가 한 걸음 더 다가설 때, 발달장애인의 내일은 분명 지금보다 더 밝게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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