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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도둑이 도둑을 잡겠다며 경찰에게 수갑을 넘겨달라면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대장동 관련 특검법안을 제출하면서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가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서면으로 추천하고, 대통령이 후보자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 꼭 그런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을 제외한 교섭단체는 민주당뿐이다. 민주당이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만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이재명 대표가 자신은 물론 공범들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를 추천하게 되는 셈이다.
범죄피의자가 자신과 공범들을 수사할 검사를 정하는 게 말이 되는가.
이재명 대표가 추천한 특별검사가 자신은 물론 공범 관계이자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자인 김만배 일당을 직접 데려다 조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나 마찬가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사 대상인 이재명 대표가 입맛대로 수사할 검사를 고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이유다.
이쯤 되면 특검법은 칼만 안 들었지 거대한 의석수를 앞세운 원내 1당의 횡포이자 날강도 짓 아니겠는가.
민주당도 이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지 않고 몇몇 충성파 의원들만 발의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그런 짓이 너무나도 부끄러운 탓일 게다.
오죽하면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취해온 정의당마저 "교묘한 말장난", "언어도단", "이재명 구출작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그런데도 민주당은 50억 클럽을 고리로 대장동 혐의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0억 클럽의 특검 요구는 윤석열 검찰의 부실 수사가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명백한 뇌물죄임에도 검사 출신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한 봐주기 수사, 면죄부용 기소가 법원의 무죄 판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일당'에게 아들의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실수령액 25억 원)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인 곽병채 씨는 2021년 화천대유를 그만두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퇴직금 50억 원(실수령액 25여억 원)을 받았다. 곽병채 씨가 김만배 씨의 회사에서 대리로 일한 기간은 5년 9개월. 그는 대기업의 대표가 20년 넘게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수준의 퇴직금을 받았다.
그런데 재판부는 화천대유가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준 50억 원이라는 금액이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의 아들이 결혼해 따로 생계를 꾸려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고, 아버지에게 그 돈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건 검찰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무리가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지금 법원은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한 이명수 대법원장이 장악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실에 대해 원심 유죄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결한 것도 현재의 대법원 판사들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검찰수사가 더욱 중요하다. 재판부도 어찌할 수 없는 탄탄한 수사를 통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자면 검찰수사가 맞다.
사실 특검은 수사기관이 수사하지 않거나 수사가 끝난 이후 미진할 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검찰은 문재인 정권이 뭉개버렸던 사건들에 대해 의욕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상당 부분 수사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하면 검찰수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수사를 백지화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시간 끌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지금 구속된 김만배 씨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건 그걸 믿는 탓인지도 모른다.
사실 대방동 특검법은 김만배에게는 “민주당이 특검할 수도 있으니 좀 더 버텨라”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악의적이다.
그런데도 만일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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