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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기존의 ‘국민경선’ 방식을 바꿔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이재명 전 대표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바꾼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경선은 ‘어대명’이라는 소리가 들리는 마당에 이제는 아예 ‘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이재명을 ‘추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국민경선은 민주당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이자 전통이다. 이런 방식의 경선을 통해 노무현과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과거 국민의당에서도 안철수와 손학규가 국민경선을 통해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국민경선은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 이걸 왜 바꿨을까?
그 과정에서 출마자들과 협의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선룰을 바꿔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국민경선으로 경선을 진행할 때 역선택 우려가 크다는 게 민주당 선관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하다.
이재명은 비록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모든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비호감도가 높다.
따라서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이재명에게 가장 약한 고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인단 투표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개딸들’이라는 강성 당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지만 높은 비호감도로 인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자 민주당의 전통인 국민경선을 폐기하고 이재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당원 50%를 반영하고, 일반 국민은 투표 대신 여론조사로 바꿔버렸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뉴데일리가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민'에 의뢰해 지난 9~10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에서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을 물은 결과 이 전 대표가 45.3%로 1위를 기록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0.6%로 뒤를 이었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3%로 동률로 집계됐다.
이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6.1%, 홍준표 대구시장 5.8%, 오세훈 서울시장 3.8%로 나타났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5.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재명은 룰을 바꾸고, 그 결과 경선에서 압승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김동연 김경수 김두관 등 다른 당내 경쟁자들이 경선 들러리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두 자릿수 득표율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들이 경선 이후 입는 타격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1년 이후에 있을 지방선거는 물론 3년 후에 치러질 총선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이 경선 들러리 서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실제로 김동연 경기지사는 "민주당의 원칙과 전통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은 경선 참여 거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미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런 문제 등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나마 경선 모양새라도 갖춰야 하는데 그냥 볼품없는 추대식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선에서 이재명이 국민선거인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이재명 대망론’이 흔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의 대망론이 한낱 물거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설사 ‘비명계 3김’이 기꺼이 들러리를 서준다고 해도, 그래서 이재명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경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것이 본선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 윤석열 파면으로 지지부진한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달리 역동성 있는 경선 과정을 거쳐 누구든 최종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될 것이다.
사실상의 추대로 흘러가는 김빠진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된 이재명과 치열한 경선 끝에 승리한 국민의힘 후보가 맞대결을 펼치면 지금과 다른 양상으로 선거판이 흘러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대명은 어디까지나 민주당 경선 때까지일 뿐이고 본선에서도 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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