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탄핵 사유가 부족하다고 해도 잘못은 잘못”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것을 두고 여야 당 대표가 26일 장외에서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를 주도한 민주당 지도부야말로 탄핵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이) 시작부터 무리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헌법재판관 9명 만장일치로 이 장관에 중대한 법 위반이 없고, 헌법상 의무위반도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억지로 강행한 것은 자당(自黨)에 쏠린 사법 리스크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려는 의도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두가 한창이던 당시에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쏠린 국민의 비난 화살을 피하고자 수사 과정에서 이미 위법 사실이 드러난 바도 없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179명의 의원에게 묻겠다. 이런 터무니없는 몽니로 얻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이쯤 되면 자신들의 무책임한 묻지마 폭력, 묻지마 탄핵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주도했던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라며 "그런데도 이런 상식과는 정반대로 민주당은 여전히 탄핵을 약방의 감초처럼 틈만 나면 입에 올린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주장했던 점을 상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상식을 가진 정당이라면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정상"이라며 "(국회의) 권한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무책임하게 행사하고 내지르는 세력은 묻지마 폭력보다 더 심각한 사회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기각 결정문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용산과 여당은 양심을 회복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탄핵 기각 결정이 정부가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탄핵이 되든 안 되든 정부가 매우 무능하고 매우 무책임해서 길 가던 아무 잘못 없는 국민 159명이 유명을 달리 했다는 것이다”라며 “법률상 잘못이, 또는 처벌 받을, 또는 탄핵 당할 사유가 부족하다 해도 잘못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한 명도 아니고 무려 159명이나 되는 분들이 졸지에, 아무 잘못 없이 정부의 잘못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뭐가 그리 잘났습니까. 뭘 그리 잘했습니까. 책임지라고 요구한 것이 그렇게 잘못했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뻔뻔한 정권을 보셨나.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후안무치해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라며 “탄핵이 기각되면 ‘탄핵이 기각됐지만 죄송합니다. 책임지겠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 안 생기게 노력하겠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십니까’ 이렇게 해야 정상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에 “양심을 회복하라. 정신차리라. 최소한의 책임을 느끼라”고 말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전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장관)이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국민을 보호할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청구인의 참사 원인 등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어 부적절하다"면서도 "발언으로 인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재난안전관리 행정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심판은 국무위원에 대한 헌정사상 첫 탄핵심판이었지만 기각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만, 올해 2월8일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소추를 의결한 날로부터 167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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