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한덕수 총리 물러나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23-03-16 14: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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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근로시간 개편을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아 내심 불안하던 차에 윤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니 천만다행이다.


    물론 그간 우리 사회에선 ‘주52시간제’의 경직성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연장 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변경하는 정부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공식화했다.


    이 법안은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현행 '주 52시간제'를 변경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거친 뒤 규제 및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6~7월 중 국회에 제출된다.


    일거리가 많을 때 많이 일하고, 다소 일거리가 없을 때 적게 일하게 해 전체 근로시간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론 기존 노조에 비판적인 MZ세대 노조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마저도 "노동자가 현실적으로 몰아서 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과로사 조장법'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제도개편 취지에 관해 이해를 구했다.


    한 총리는 당일 모두발언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이번 제도개편의 본질”이라면서 “집중 근로시간에는 집중적으로 일하고,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이 제도를 운영하면서 철저한 법 집행을 통해 시간 외 수당 미지급, 임금 체불, 건강권 보장 소홀과 같은 문제가 절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부에는 “제도의 취지와 본질이 충분히 구현될 수 있도록 설계 과정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며 대국민 홍보를 당부하기도 했다.


    비판의 목소리를 청취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이에 놀란 윤 대통령이 “재검토하라”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시간 규제 현황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연간 실제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16시간보다 무려 199시간이나 길다. 우리나라보다 연 노동시간이 긴 나라는 멕시코·코스타리카·콜롬비아·칠레뿐이다.


    OECD 회원국 중 연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349시간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연간 566시간이나 더 일하며, 일본(1607시간)에 비해서도 308시간 더 일한다.


    이는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맞지 않는 근로시간이다. 따라서 근로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노동부 안을 윤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설사 ‘주 52시간’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탄력적인 노동시간 운영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노사 간 충분한 협의와 토론 및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다. 한덕수 총리가 그 과정을 소홀히 해서 윤석열 대통령 및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보였다면 이는 한 총리에게 그 책임이 있다.


    정부는 추후 양대 노총은 물론, MZ 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서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전에 정부안의 장시간 근로 가능성을 입법예고 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초래한 한덕수 총리는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맞다. 사실 한 총리가 물러나야 할 이유는 이외에도 태산처럼 산적해 있다. 추후 한 총리의 입장을 보면서 재론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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