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최고치 찍은 은행 연체율의 경고, 정교한 연착륙 대책 시급

    칼럼 / 시민일보 / 2026-10-26 15: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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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한국 경제에 켜진 부실 경고등이 심상치 않다. 은행권 연체율이 약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6%포인트 상승한 0.69%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10월 말 기록했던 0.81% 이후 9년 10개월 만에 도달한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8월 중 새롭게 발생한 연체채권은 3조 원으로, 같은 기간 정리된 연체채권 1조 5,000억 원의 두 배에 달해 부실채권 증가 속도가 정리 속도를 압도하며 통제 범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번 연체율 상승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적인 지표 상승도 문제지만, 그 내상이 경제의 실핏줄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 고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8월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1.00%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단위에 진입했고, 세부적으로 중소법인 연체율은 1.10%,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86%로 모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무엇보다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를 안고 있는 취약 자영업자의 경우 올해 2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무려 12.71%에 달했다. 이는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의 6배를 웃도는 참담한 수치로, 경기 부진으로 인한 매출 타격과 이자 부담이 맞물리며 이들의 상환 능력이 사실상 한계 상황에 직면했음을 방증한다.

    가계대출의 뇌관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8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로 전월보다 상승했는데, 특히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0.91%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31%인 것과 비교하면 약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차주의 소득과 신용 상태에 따라 상환 능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으며, 서민층과 다중채무자의 이자 상환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당면한 문제는 이러한 고금리 기조와 시장금리 상승 흐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의 고공행진과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최종 기준금리가 연 3.50%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고금리가 뉴노멀로 자리 잡는 현실 속에서, 막연한 금리 인하 기대감이나 안일한 시장 대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연체율이 코로나19 이전 10년 장기 평균인 0.78%를 밑돌아 중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결코 낙관론에 기대어 대처해서는 안 된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팽배한 현시점에서는 취약 차주의 부실이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입체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은행권은 연체율 상승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하고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상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한계기업과 취약 차주를 위해 보다 정교한 연착륙 지원책을 가동해야 한다. 획일적인 금융지원이 아닌,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면밀히 평가하여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채무조정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 채권 매각 및 추심 과정에서 채무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제 준수 여부를 철저히 감시하는 당국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가계와 기업 역시 과거 저금리 시대의 빚에 의존해 덩치를 키우던 기억을 지우고, 선제적으로 부채를 축소하며 재무 건전성을 다지는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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