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8% "자식 부모 부양 책임 동의 못해"

    사건/사고 / 박소진 기자 / 2026-03-09 16: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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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만 "모셔야"… 18년 前 53%서 크게 줄어
    소득수준 관계없이 전 계층서 인신 변화 뚜렷

    [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 한국 사회에서 부모 부양과 가족 돌봄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를 모시는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부담을 가족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9일 발표한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전적으로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20.63%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총 7천3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자의 인식을 '매우 동의함'부터 '매우 반대함'까지 5점 척도로 측정한 뒤 이를 재분류해 분석했다.

    반면 부모 부양의 자녀 책임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47.59%로 나타나 찬성 의견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동의 및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중립적인 입장은 31.78%였다.

    세부적으로 버면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은 3.15%에 불과했고, "반대한다"(39.47%)와 "매우 반대한다"(8.12%)를 합친 비율은 절반에 가까웠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가구의 찬성 비율은 20.66%, 일반 가구는 20.63%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대 비율 역시 저소득 가구 49.17%, 일반 가구 47.37%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부모 부양을 자녀의 몫으로만 보지 않는 인식이 확산된 셈이다.

    과거 조사와 비교하면 변화의 폭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 2007년 첫 조사 당시, "부모를 자녀가 모셔야 한다"는 의견이 52.6%로 과반을 차지했다. 당시 반대 의견은 24.3%에 그쳤다.

    그러나 2013년 조사에서 처음으로 찬반 비율이 뒤집힌 이후 동의 비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2016년과 2019년을 거치며 3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2025년에는 20% 선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

    가족 내 돌봄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자녀 양육에서도 확인된다. "자녀는 집에서 어머니가 직접 돌봐야한다"는 의견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34.12%로 찬성(33.83%)보다 약간 높았다.

    다만 이 항목에서는 소득에 따른 차이가 일부 나타났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어머니의 직접 양육에 찬성하는 비율이 39.06%로 일반 가구(33.11%)보다 높았다. 이는 보육 서비스 이용 여건이나 노동 환경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복지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도 점차 보편적 복지 쪽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만 제공해야 한다"는 선별적 복지 의견에는 반대(39.81%)가 찬성(33.36%)보다 많았다.

    특히 일반 가구에서는 보편적 복지 선호가 41.65%로 두드러졌다. 반면 저소득 가구에서는 선별적 복지에 찬성하는 비율이 38.96%로 나타나실제 복지 수혜 가능성에 따른 계층별 이해관계가 반영됐다.

    다만 의료와 기초 보육 분야에서는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건강보험을 축소하고 민간 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70.50%가 반대했고, 찬성은 9.38%에 그쳤다.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무상 제공 역시 72.68%가 찬성해 공공 돌봄 확대에 대한 요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 무상 교육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태도가 확인됐다.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가 42.13%로 찬성(30.25%)보다 많았다. 이는 의료나 영유아 돌봄처럼 생존과 직결된 영역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반면, 고등 교육은 여전히 개인 선택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한국 사회가 가족 중심 돌봄 체계에서 국가 중심 복지 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돌봄 부담을 가족에게만 맡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적 돌봄 시스템을 강화하고 복지 정책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가족이 담당하던 돌봄의 기능이 점차 사회로 이전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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