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0곳 중 4곳 '단체협약에 불법·무효 항목'

    사회 / 여영준 기자 / 2023-05-17 16: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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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부, 179곳서 위법 내용 확인··· 전체의 37.4%
    '노조 가입 않거나 탈퇴한 직원 해고' 규정한 곳도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공공부문 10곳 중 4곳 가량이 단체협약에 불법·무효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 3월부터 공공부문 479개 기관(공무원 165개·교원 42개·공공기관 272개)의 단체협약을 확인한 결과 179개 기관(37.4%)의 단체협약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한 내용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479개 기관 노조를 상급 단체별로 살펴보면 민주노총 199개, 미가맹 등 기타 157개, 한국노총 123개다.

    상급 단체별 불법·무효 비율을 살펴보면 민주노총 51.8%(199개 중 103개), 미가맹 등 기타 35.0%(157개 중 55개), 한국노총 17.1%(123개 중 21개)다.

    특히 민주노총 공무원 관련 노조의 경우 사측과 맺은 단체협약에 불법·무효 요소가 포함된 비율이 96.3%(82개 중 79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체협약은 사용자와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하는 자치적인 노동 법규다.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은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를 탈퇴할 경우 해고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임금을 총액 기준으로 월 80만원으로 규정해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지급하게 돼 있거나, 조합원이 1년 이상 근속해야만 육아휴직을 허용하도록 한 공공기관 단체협약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한 공무원 단체협약에는 법령 위임을 받아 규정한 지침·명령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 인정하게 돼 있다. 단체협약 내용에 맞춰 조례·규칙을 제정·개정하도록 한 공무원 단체협약도 있다.

    135개 기관(28.2%)의 단체협약에는 불법·무효까지는 아니지만 노조나 조합원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침해 등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는 이번에 48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규약 중 6개 규약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조합 탈퇴를 선동·주도하는 조합원은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을 정지하거나, 노조 임원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위원장이 사무총장을 지명하도록 한 규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공공 부문에는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성·도덕성·민주성이 요구된다"며 "공공 부문 노사관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인 단체협약과 노조 규약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 명령하고, 이에 불응하면 형사 처벌할 계획"이라며 "불합리하거나 무효인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법령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노사 관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정부 지침·명령보다 단체협약의 효력을 우선 인정한다'는 내용이 무조건 위법이라는 것이 노사관계 주무 부처의 판단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 협약에도 '공공기관을 불문하고 노사 자치 교섭 및 단체협약을 존중하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ILO 기본 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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