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병, 할말은 한다] 국회의 권능은 대통령에 휘둘리지 말아야 나온다

    현경병, 할말은 한다 / 시민일보 / 2022-10-27 20: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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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경병 전 국회의원



    오늘날 한국 정치는 행정부 권력에서 입법부 권력으로 이동 중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미약하고 본질적으로는 행정국가로서의 기반 위에서 국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 3대 권능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 법률 제·개정권, 예산 편성·심의권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역할이 형편없이 약하다.


    입법부, 즉 국회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그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래 고구려·백제·신라 등에서 귀족정 성격의 지배 집단이 군주에 대해 대표성을 부여하되 실권은 자신들이 갖는 형태로 합의제 최고 권력 기구를 유지함으로서 의회의 원형적 모습을 보였다. 유럽 문명의 기원이 되는 고대 그리스는 시민의 합의와 협력을 전제로 군주가 없는 행정 또는 군사 대표자를 내세워 폴리스(도시국가)를 운영했다. 로마는 귀족들의 합의제인 공화정을 통해 국가를 키워갔다.


    그렇지만 점차 고대 국가의 틀을 갖추고 방대한 영토를 갖게 되면서 지배력이 강화되자 군주가 최상부의 유일무이한 최고 권력자이자 국가의 지도자로 성장해 갔다. 그 과정에서 한결같이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구축하며 절대왕정 체제로 이행했다. 고구려·백제·신라는 물론이고 그리스와 로마 역시 마찬가지의 길을 걸었다.


    다만 근대화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의회제의 근간을 형성한 영국에서 군주의 절대권력에 의한 독선과 폭정을 막기 위해 귀족·지주·성직자를 중심으로 일부 시민 대표들이 참여해 구성된 의회가 등장해 군주에 대한 견제를 통해 나름대로의 권력 집단화 했다. 이후 점차 시민 대표의 비중을 늘리면서 신흥 자본가, 전문 직업가, 노동자 대표들을 차례로 의회 운영에 참여시키면서 대표성을 강화해 왔다. 또한 처음에는 귀족 등 지배층의 권리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역할에 충실했지만, 차츰 세금, 재산권, 전쟁 의결과 수행, 외교 등의 포괄적인 역할을 늘려가며 일반 국민들의 대표성을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존 로크가 <통치론>을 통해 입법부와 행정부의 2권 분립을 주장했고,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설파했듯이 사법부를 추가해 3권 분립제가 확립되면서 오늘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시행하는 헌정 체제의 기본원리이자 정치권력 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선진 민주국가일수록 입법부의 권한이 강해져 유럽을 중심으로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를 채택해 국가운영의 주체로서 역할 할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 1960년 4·19혁명으로 제2공화국을 출범하며 의원내각제를 시행한 바 있지만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국가 파탄을 경험하면서 지금도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는 정치 풍토를 이어오고 있다.


    사실 입법부의 존재 이유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원칙은 분명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 국회를 압도하는 권력을 보유한 채 행정부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 중심제를 제도의 근간으로 할수록 국회가 행정부에 대한, 특히 대통령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는 힘을 부여받아 권력질서의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 정반대인 것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유력후보가 국회를 이끌어가는 국회의원들이 속한 정당을 지배하거나 주도하며 국회의원선거(총선) 때가 되면 절대적인 공천권자가 되어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정하고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회는 대통령이 이끌어가는 국정에서 거수기 역할을 하거나 보조 지원자로 역할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안은 개헌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만큼 우리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국회의 존립 근거인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확립하려면 그 관건이 되는 제도적 장치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크게 3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1째 국회의원 공천권을 놓고 당원(일부는 국민참여)의 손에 의한 완전 자율 경선을 통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2째 당헌·당규에 대통령이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정당 운영상의 개입 또는 주도를 못하도록 명시해 명분상으로라도 원천 차단해야 한다. 3째 정당 지도부의 구성도 당헌·당규에 정치 일정에 맞추도록 규정하고 정당 자체적으로 진행하도록 함으로서 대통령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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