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남자들 ‘코믹 발레’ 선뵌다

    문화 / 시민일보 / 2004-07-08 20: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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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디바’ 내달 12일 내한공연 백조의 호수 등 명작 패러디
    '발레’라고 하면 보통 하늘하늘한 튀튀(발레복)에 토슈즈, 길고 가느다란 몸매에 발끝으로 서서 곡예와 같은 회전을 보여주는 발레리나를 떠올리게 된다.

    그 속에서 남성무용수, 즉 ‘발레리노’의 역할은 발레리나와 호흡을 맞춰 이들을 보조하거나, 힘찬 도약과 선 굵은 동작을 선보이는 데 그치기 마련.

    물론 무용사에 이름을 남긴 출중한 남성무용수들은 꾸준히 존재해왔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인식 속에서 ‘발레’의 이미지란 그렇게 고정돼왔다는 의미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성코믹발레 ‘그랑 디바’는 발레에서 남녀 성역할의 구분을 완전히 뒤엎은 단체다.

    1996년 창립 이래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백조의 호수’와 같은 고전부터 발란신의 작품 등 현대 발레에 이르기까지 수십개의 레퍼토리를 코믹하게 패러디, ‘여장남자’ 발레리나의 몸을 빌려 공연하고 있다.

    마린스키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등 유수 발레단에서 훈련 받은 발레리노들이 발달된 근육질의 몸에 아름다운 튀튀를 걸치고 화려한 분장을 한 채 선보이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무용은 일본을 중심으로 많은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한국공연(12~15일·예술의 전당)에 앞서 지난 3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후생문화회관에서 관람한 이들의 공연은 ‘그랑 디바’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주는 무대였다.

    총 3부로 구성된 공연의 1부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함께 발레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백조의 호수’ 2막으로 시작했다.

    오데트가 왕자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오데트의 기묘하게 꿈틀거리는 팔동작과 거친 왕자의 몸짓으로 끊임없는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으로 변했으며, 서정적인 백조들의 군무 역시 의도적인 실수와 사이사이 의도적으로 삽입된 ‘우아하지 못한’ 변형 동작으로 희화화됐다.

    이어진 2부는 3개의 짤막한 소품으로 구성됐다.

    바흐의 음악에 발란신의 안무를 패러디한 ‘바로크로 가자’(Go for Barocco)는 6명의 ‘귀여운 발레리노’들이 등장하는 무대.

    순백의 튀튀를 입은 발레리노들은 앙증맞은 안무를 선보였으며, 유난히 비대한 몸집의 남성무용수가 균형을 깨며 비대칭의 미학을 현시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연은 발레에서 엄격하게 존재해온 남녀 성역할의 고정된 구분을 유쾌하게 뒤집었다는 점에서 신선했으며, 접근하기 어려운 발레 작품들에서 권위를 한겹 벗겨낸 패러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발레에 다가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문의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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