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심으로 도는 지구는/왜 이렇게 빨리 돌지/우리가 세상에 존재했었나/손 닿지 않는 꽃처럼 없는 듯 살다 가지만/눈에서 멀어지면 어디에도 없는 사람들 같아/생애는 상실의 필름 한 롤이었나/구불구불 뱀처럼 지나가지/그 쓸쓸한 필름 한 롤” (‘어디에도 없는 사람’ 중)
시인 신현림이 1996년작 ‘세기말 블루스’ 이후 8년 만에 세번째 시집 ‘해질녘에 아픈 사람’(민음사 刊)을 냈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시(詩)’라는 카메라에 쓸쓸한 필름 한 롤을 넣고 ‘생(生)’을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시인은 여전하다. 여전히 그늘진 일상의 한 구석에 앉아 허무가 짙게 깔린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다. 그러나 시인의 여전함에는 세월이 묻어있다. 이제 불혹을 넘긴 나이 때문인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무게 때문인지 시인의 눈동자는 흘려야 할 눈물을 가득 삼켜버렸다.
“천천히 나를 타이르며 천천히 걸었다/더 기쁘기 위해 슬픈 연꽃을 받고/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시련을 안고/더 깊어지기 위해/괴로운 뿌리는 강으로 뻗어간다고” (‘해질녘에 아픈 사람-보행 명상’ 중)
‘여자’로 삼십대를 살아낸 시인은 이제 ‘싱글 맘’이 됐다. 이미 끝난 인연에 작별을 고하고 새롭게 올 사랑을 기다린다. 시인은 혼자 키우고 있는 딸아이에게 시를 띄워보낸다.
“네가 그린 코끼리를 하늘로 띄울 수 있고/어미의 눈물로 한 사발 밥을 만들 수 있고/어미의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희망의 폭동을 일으킬 수 있지/고향 저수지를 보면 나는 멋진 쏘가리가 되고/너를 보면 섬이 된단다/너라는 근사한 바다를 헤엄치는 섬” (‘싱글 맘- 엄마는 너를 업고 자전거를 탄단다’ 중)
사진작가이기도 한 시인은 시집에 사진을 같이 실었다. 프레임 크기만한 흑백사진들 속에서 사람들은 움직이며 서있다. ‘우울한 로맨스-접촉’과 ‘잠시 정전된 을지로 지하’ 등의 시는 사진에서 시작한다.
시인은 자서(自序)에 “때로는 상상과 환상의 날개를 달고 세상과의 로맨스로부터 시작된 나의 시. 따뜻하나 우울한 육체의 시. 누군가의 절망이며 열망일 것이다”라고 적었다. 120쪽. 6000원.
시인 신현림이 1996년작 ‘세기말 블루스’ 이후 8년 만에 세번째 시집 ‘해질녘에 아픈 사람’(민음사 刊)을 냈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시(詩)’라는 카메라에 쓸쓸한 필름 한 롤을 넣고 ‘생(生)’을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다.
시인은 여전하다. 여전히 그늘진 일상의 한 구석에 앉아 허무가 짙게 깔린 목소리로 읊조리고 있다. 그러나 시인의 여전함에는 세월이 묻어있다. 이제 불혹을 넘긴 나이 때문인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무게 때문인지 시인의 눈동자는 흘려야 할 눈물을 가득 삼켜버렸다.
“천천히 나를 타이르며 천천히 걸었다/더 기쁘기 위해 슬픈 연꽃을 받고/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시련을 안고/더 깊어지기 위해/괴로운 뿌리는 강으로 뻗어간다고” (‘해질녘에 아픈 사람-보행 명상’ 중)
‘여자’로 삼십대를 살아낸 시인은 이제 ‘싱글 맘’이 됐다. 이미 끝난 인연에 작별을 고하고 새롭게 올 사랑을 기다린다. 시인은 혼자 키우고 있는 딸아이에게 시를 띄워보낸다.
“네가 그린 코끼리를 하늘로 띄울 수 있고/어미의 눈물로 한 사발 밥을 만들 수 있고/어미의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희망의 폭동을 일으킬 수 있지/고향 저수지를 보면 나는 멋진 쏘가리가 되고/너를 보면 섬이 된단다/너라는 근사한 바다를 헤엄치는 섬” (‘싱글 맘- 엄마는 너를 업고 자전거를 탄단다’ 중)
사진작가이기도 한 시인은 시집에 사진을 같이 실었다. 프레임 크기만한 흑백사진들 속에서 사람들은 움직이며 서있다. ‘우울한 로맨스-접촉’과 ‘잠시 정전된 을지로 지하’ 등의 시는 사진에서 시작한다.
시인은 자서(自序)에 “때로는 상상과 환상의 날개를 달고 세상과의 로맨스로부터 시작된 나의 시. 따뜻하나 우울한 육체의 시. 누군가의 절망이며 열망일 것이다”라고 적었다. 120쪽.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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