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정감사를 마치며

    기고 / 시민일보 / 2004-11-02 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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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 순 국회의원
    {ILINK:1} 20여 일 동안의 국정감사를 마쳤습니다. 마치 소나기를 맞은 기분입니다.

    국회의원의 한 해 활동을 총정리 하는 자리가 바로 국정감사라 할 만큼 그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6월 5일 첫 등원 후 4개월의 의원활동을 총정리하기에는 활동경험이 너무 짧았고, 또 준비기간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상 진보정당의 첫 국회등원이기에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특별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면서 정치의 새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기에 첫 국정감사는 그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라크 파병반대 투쟁을 한창 하던 때라 여름휴가도 기분 좋게 다녀오지 못한 상태에서 감사준비를 시작하였고 추석 연휴에 고향방문도 반납하면서 코피 터져라 준비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감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볼까 합니다.

    우선 새로운 영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기관의 감사 내용을 잡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자료 요구에 대한 피감기관의 대응 자세는 불성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뻔히 국회 행정실을 통해 자료요구서가 전송됨에도 불구하고 ‘자료요구서를 늦게 받았다’, ‘바빠서 자료 준비를 못했다’는 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권 조차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음으로 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해당 상임위의 40여개가 넘는 감사 대상기관을 한꺼번에 다 감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섭단체간 합의를 통해 감사기관을 선정하는데 이 또한 정치적 판단에 의해 소수의견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자유총연맹이나 새마을운동단체 등이 빠진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실한 감사를 위해 의원은 피감기관의 증인출석을 요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교섭단체간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인맥관계를 이유로 또 당리당략에 의한 판단으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국회의원의 기본 권한을 의원 스스로 포기하는 웃지 못 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의원의 세세한 질문에 기관장이 모든 부분을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겠지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업무파악이 안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시 파악하고 서면 답하겠다.’ 라든가 ‘노력하겠다.’ ‘검토하겠다.’ 등의 이례적인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답을 들으면서 얼마나 신중하게 검토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하겠는가 라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한정된 질의답변 시간은 심도 깊은 감사를 하기에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한두마디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다보면 어느새 할당된 시간이 다되어 급한 마음에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 바빠서 하고 싶은 이야기조차 다 끝내기 못하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여러 질문거리를 준비한 것은 그냥 서면 질의로 넘어가기 때문에 피감기관에게는 아무런 부담도 되지 않는 의견으로 남을 뿐입니다.

    그러나 성과도 컸습니다.

    이제까지 정치권에서 한번도 반영되지 못했던 노동자, 농민, 장애인, 여성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반영시켰다는 것은 기득권 중심의 정치를 서민의 정치로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았던 비정규직의 문제, 일선에서 주84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의 문제, 여성경찰과 여성공무원의 차별문제, 오랫동안 생존권을 위해 싸웠지만 해결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지하상가 상인의 문제, 용역경비업체로부터 불법적인 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탄압을 받아왔던 노동자의 아픔, 불법채권추심으로 고통 받는 서민의 문제 등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이해하고 대변하는 국정감사를 치렀다는 것은 민주노동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안기관에서 비밀리에 개인과 단체를 감시, 사찰해 왔던 관행을 짚어내어 또다시 함부로 감정하지 않도록 하고 국가보안법이 이런 반인권적인 관행의 근간이 되었음을 다시 상기시켜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커다란 성과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 20여일의 국정감사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좀더 민중의 아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전국의 각 지구당의 노력이 필요하며 민중을 위한 정당으로서의 대안세력의 면모를 갖춘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각 지역의 활동과 이를 대변한 의정활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훨씬 더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좀더 폭넓은 제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를 이뤄내서 작지만 거대한 정당의 역할을 해내야겠습니다.

    단 몇 십 분의 질의를 위해 우리는 몇 달을 밤을 새워야 했고, 그 질의의 장은 극도의 긴장을 요하는 자리였습니다. 상임위의 성격상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는 이념 논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더더욱 힘든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국정감사를 마치고 또 다시 예산과 법안심의를 위해 준비 중에 있습니다.

    4대 개혁법안처리를 앞두고 벌써 며칠째 대정부질의 파행이 되면서 국민들의 17대국회에 대한 실망 섞인 목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힘들지만 저 혼자만이 아닌 민주노동당 당원과 민주노동당을 아끼는 국민들과 함께 라는 생각으로 진보정치의 열매를 거두기 위해 계속 전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정감사기간 저희에게 격려와 성원을 주신 모든 당원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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