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 공개와 학부모의 권리

    기고 / 시민일보 / 2004-11-28 18: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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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주 호 (국회의원)
    {ILINK:1} 최근 우리사회는 대학입시와 고교등급제, 평준화 등 교육계의 현안들을 둘러싸고 큰 홍역을 앓았다.
    뚜렷한 지향점 없이 발생된 이러한 논의는 이념과 계층 그리고 지역간 대립의 양상을 띄며 전개되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었으나 2008년 대학입시제도 확정발표 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하다.

    그러나 이번 대입제도가 학교 간 학력격차가 반영하지 않아 우수학교의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일이기에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진행되어야 한다. 정권의 변화에 따라서 휘둘리거나 인기에 영합한 미봉책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또한 그 정책이 어떤 정파나 계층의 입장에서 선택되어서도 안 된다. 조정과 합의를 통해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교육전문가라고 할 정도로 교육에 대한 열의는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교육 선진화를 위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교육부가 국민들에게 교육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이 바뀌면 그 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그 효과를 파악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지금껏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어떠한 정책이 실패한 정책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계속해서 공전을 하는 것이다. 대입제도를 포함한 앞으로의 모든 정책은 관련 정보의 완전한 공개를 통한 객관적인 평가 작업 위에서 입안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교육당국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 현재 국민적 관심이 된 평준화와 지역간·학교간 학력격차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교육당국은 해당 데이터를 임의로 사용해 연구를 하였다는 이유로 법적 처벌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보 공개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전적으로 반하는 행태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교육을 둘러싼 작금의 불신과 분열을 해결할 수 없다.

    교육부는 우선 정보 은폐부터 시정하고 교육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자들이 이러한 교육정보를 활용하여 여러 각도에서 현 교육 체제를 분석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정확한 실상에 대한 정보를 가질 때 올바른 교육개혁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며,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이 있는 자료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국가수준교육성취도 평가’, ‘전국단위 고교연합학력평가’ 등의 평가 관련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들은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교육성취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학업성취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통한 자유로운 연구활동은 학부모의 권리를 찾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통해 학부모 운동 역시 보다 활성화 되리라고 본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학부모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없었던 것도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과 일본에서 이루어진 교육개혁의 공통점은 정보공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영국은 1992년 학교교육법을 통해 각 학교가 학생의 시험결과, 출석률, 장학결과 등의 공개를 의무화했으며, 1년에 한 차례 학부모회를 소집, 학교운영위원회의 보고내용 및 재정운영 관련자료를 검토하게 하였는데, 그 목적은 학교에 대한 지시·감독보다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언에 있었다(강영혜, 영국의 교육개혁과 교육입법, 교육법학연구 2003. 6월). 일본의 경우 비영리조직법, 지방분권일괄법과 함께 정보공개법이 1999년에 제정되어 공공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였다(고전, 일본 교육개혁 입법의 쟁점과 시사점, 교육법학연구 2003. 6월).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이 1996년 제정되고 2004년에 대폭 개정되어 그 틀은 잡혀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육정보 및 학교성과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법률적 제도가 모두 갖추어진 상태에서 국가가 교육정보 및 학교성과의 공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알기 쉽게 정보를 만들어,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정보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학부모의 불만은 학교제도나 정부에 대한 막연한 비판으로 그칠 뿐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까지 이어질 수 없다. 지금 우리 교육의 현 주소가 어디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공개가 이뤄진다면 학부모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학교에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학교는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고, 그것이 학교 발전 및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서 개별학교 단위의 학부모 운동이 활성화되고 학교운영에도 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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