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산다

    기고 / 시민일보 / 2005-01-27 21: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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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혁 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ILINK:1} 여야가 민생국회, 무정쟁국회를 선언했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사실 우리 국민들이 정치와 국가를 바라보는 눈길은 곱지 않다.

    민생은 팽개친 채 진흙탕 싸움만 벌인 ‘고장난 불량정치’가 예쁠리 있겠는가.

    정치불신과 정치무관심에 그치지 않고 정치에 환멸을 느끼거나 증오한다는 국민들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치를 포기해 버려야 할까? 그렇지 않다.

    정치를 욕해도 좋지만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사회의 여러 갈등과 대립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푸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정치현상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해결이 다 정치이다.

    정치를 나쁘게 보는 까닭은 정치가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정치의 구실은 무엇인가.

    바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꿈을 주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여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 설령 오늘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내일이면 해결된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그런데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만들어냈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절망에 빠뜨려왔기 때문에 정치를 욕하는 것이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나라의 존립, 올바른 내정, 그리고 권력의 획득·유지·확대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나라의 존립은 안보와 외교의 영역이다.

    모든 나라들은 국제 사회에서 서로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모습으로 교섭을 맺으면서 자기 나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국가의 안전을 꾀한다.

    다른 나라와의 교섭에서 자기 나라의 존립과 이익을 지키는 활동이 외교이다.

    다른 나라의 부당한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활동이 안보인다.

    안보와 외교는 필수적으로 국력과 군비 등의 뒷받침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국력 키우기를 정치의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올바른 내정은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사회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며, 정의를 구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등을 말한다. 이것은 정권의 존립 유지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권력의 획득과 유지, 확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정치권의 일이다.

    정치에 대한 부정적 견해의 대부분은 정치 권력을 둘러싼 싸움으로 볼 때 나타난다.

    우리 나라에서는 세 번째 영역만이 정치였다.

    선거에서의 승리나 정국주도권 다툼에 모든 것을 다 쏟았고, 민생이나 정책은 뒷전이었다.

    국민들도 누가 실세인가, 어느 파벌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파벌간의 갈등 협력 관계는 어떤가 등만 재미있어 했다.
    정치를 좁게 보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치를 ‘무엇인가 사악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치를 권모술수로 인식하거나 기껏해야 교묘한 기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정치는 이익을 챙기려는 투쟁과 대립이 되고 만다.

    비윤리성을 강조하는 이런 견해는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정치는 사람이 신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사람이 천사 같은 존재라면 정치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사람이 악마적이거나 야수와 같은 존재라면 정치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사람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 정치가 있다.

    누구나 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갖가지 형태의 분쟁이 일어난다.

    이런 분쟁들을 처리하여 사회를 통합 유지시켜 나가는 활동이 바로 정치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보기 싫다고 버려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정치의 부정적 측면은 감소시키고 긍정적 측면은 강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권력의 장악과 행사만을 정치로 보면 인간은 정치의 객체로 전락하고 만다.

    정치주체로서의 주권자는 사라지고 통치대상으로서의 국민만이 남는다.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권력자 자신을 위해서 정치를 하며, 국민의 뜻에 따른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기 멋대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인간이 사라진 정치의 자리에는 권력을 위한 권모술수만이 남는다.

    인간은 권력을 위한 소모품에 지나지 않게 되고, 때로는 국민의 희생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인간이 살아있는 정치,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정치의 회복이 필요하다.

    나를 위해서 남을 해치는 정치는 마침내 나 자신까지 해치게 된다.

    정말로 올해는 여야가 남을 살리는 정치를 통해 나를 살리는 새로운 정치를 펼쳐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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