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주노와 ‘생명교육, 성교육’

    기고 / 시민일보 / 2005-02-17 20: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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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명 옥 (국회의원)
    {ILINK:1}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영화 “제니, 주노”의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영화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고나서 무언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을 영화로 그렸든간에 결과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흥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보고 난 심경은 착잡합니다. 평소에 우리 청소년, 소녀들의 건강...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 그리고 청소년, 소녀들의 건강한 성문화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해 왔던 의사 출신 정치인이기에 마음이 더욱 복잡합니다.

    우선, 10대 임신은 의학적 전문해석으로도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18~19세 정도의 어른의 몸을 가지고 육체적으로 건강한 남녀 청소년, 소녀들이 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최근의 의학적 소견이긴 합니다만 15세 임신의 경우는 매우 다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아직 그런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이 영화가 단순히 주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그쳐선 안되며, 우리 청소년, 소녀들에 관심 가진 사람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10대 청소년, 소녀들의 임신과 출산은 의학적으로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입니다.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 만이 아닙니다. 육체적 성숙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이 또래들의 정신적 수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학적 통계도 10대 임신과 출산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창 공부하고 주변의 친구들을 폭넓게 사귀며 부모와 형제, 자매들과 더불어 가족의 일부로서 사회생활을 익히는 나이에 닥친 임신이라는 전혀 새로운 상황은 정신적 사춘기를 경험하는 남녀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자 도전입니다.

    또, 영화 속에 등장하듯이 주변 친구들과 가족 모두에게도 충격이자 하나의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10대 임신이 가져오는 충격은 아이를 가진 남녀 청소년, 소녀 둘만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둘째, 인터넷의 발달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청소년, 소녀들은 어지러운 성문화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에 의해 빚어진 엄청나게 잘못된 사회현상을 생각하면 우리 청소년들만을 나무랄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또한 이 현상은 한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미 와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 소녀들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건전한 성생활로 이어져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필수적이란 생각을 모두가 공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 정치권이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현재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의 미래에 떠안고 가야 할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영화는 happy ending으로 끝나지만, 과연 실제로 우리 10대들이 영화 속의 스토리와 같은 선택을 할 때 그 결과가 어떨지, 또 그 후의 일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여러분들이 10대 임신에 따를 수 있는 갖가지 문제를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자신의 몸에 책임질 수 있는 청소년, 소녀, 그리고 사랑하는 상대방의 몸과 정신적 건강까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것입니다.

    내 몸의 중심은 바로 ‘나’, 그리고 ‘나’라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자존의식을 지켜나가는 것도 ‘나’ 선택의 자유를 가진 ‘나’라는 것을 우리 청소년, 소녀 모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청소년, 소녀들의 건강한 성문화를 위해 정확한 의학 정보와 지식을 이른 나이부터 교육과정의 필수적인 일부로서 가르치며 알리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사회단체들이 함께 나서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엄청난 정보에 노출된 우리 아이들에게 단순히 외면만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균형된 정보와 지식을 청소년, 소녀들에게 끊임없이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 자식들에게 10대 임신과 출산의 부작용만을 들먹이며 겁주는 일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아이들의 슬기로움을 믿고 자신의 몸과 정신 뿐 아니라 사랑하는 상대방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까지 신경 쓰도록 배려하는 성숙함과 지혜를 나눠주어야 합니다. 이 영화가 진정한 의미의 생명교육, 성교육의 논란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 있겠습니까만 우리 청소년, 소녀들이 자신의 힘만으로 풀지 못하는 충격과 도전을 부모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으십시오.

    또, 우리 자식들에 대한 가정에서의 성교육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십시오. 아들이든 딸이든 제 자식 피임교육은 가정 안에서 먼저 시켜주시고, 무책임한 성생활이 수반할 성병의 피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 떠안고 갈 고통이란 점 또한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십시오.

    성교육에 관한 한, 학교의 선생님, 가정의 부모님, 학생들이 3위 일체를 이루는 유기적인 성교육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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