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지도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기고 / 시민일보 / 2005-03-06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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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재 오 국회의원
    {ILINK:1} 수도분할과 과거사법 연기가 여야간의 빅딜로 이루어졌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고 나는 눈을 의심하고 싶었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부끄러운 과거사를 정리하며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고 한국 근현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각종 사건들에 대해서 권력을 동원하여 재조사를 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광화문의 현판글씨를 바꾸고, 일본의 청구권 협상을 운운하면서 과거사 청산이 특정인이나 특정정파에 대한 공격무기가 아님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정략적이고 자기들의 대권놀음을 위한 술수인지가 ‘수도권빅딜’이란 것으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수도를 쪼개서라도 권력을 잡아야 하고 부끄러운 과거사를 덮고라도 정권을 잡기만 하면 된다면 그들은 정권을 잡기위해서 국토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팔아넘길 사람이 아닌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만약 정세균 원내대표가 말한 ‘빅딜설’이 사실이라면, 정말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열린우리당이 반대의 목소리를 누르고 수도분할에 관한 법을 직권상정하여 날치기를 했다면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민족과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이다.

    그들은 이 부끄러운 사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여 당을 해체하고 이 빅딜에 관계한 사람들 모두 정치계를 떠나야 한다.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이와 다를바가 없다.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의롭지 못한 원죄를 안고 있는 정당이다.

    그러므로, 우리들 스스로 이 부끄러운 과거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들 앞에 거듭거듭 참회하고 과거의 잘못된 일에 대한 진정한 반성의 토대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잘못과 책임을 통감하고 한나라당을 거듭나게 하는 것만이 국민들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의 청산 없이 미래에 대한 어떤 전망도 없다는 것을 나는 수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2월 정기국회를 파탄으로 이끌면서까지 과거사법을 연기하더니 드디어는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범죄를 범하고 말았다.

    어떻게 제일야당이면서 공당이 잘못된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책무를 져버리고, 역사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않는 과거사법과 수도를 분할해서 결국은 나라를 망치는 수도분할법을 이른바 빅딜로 야합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당리당략인지 개인의 사욕인지 모를 일이지만 국민 그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역사의 큰 오점을 남기는 또 하나의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한나라당에서 공주·연기에 교육과학도시를 건설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정통부를 비롯한 과학기술에 관한부서를 옮기는 논의와 교육도시와 기업도시에 관한 논의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등에 대한 논의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도깨비처럼 나타난 것이 경제부처 전부를 옮기고 행정력의 2/3를 옮겨버리는 또 하나의 수도건설을 목격하였다.

    현재의 수도를 두동강내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행정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끝내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수도분할법에 야합해줬다고 하는 결과가 바로 이 빅딜 때문이라면 한나라당도 더 이상 역사와 국민 앞에 그 책임을 면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당을 해체해야 하고 이 빅딜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정치를 그만둬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협상책임자들이 이것이 사실인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당과 국민들 앞에 사과하지 않은채 오히려 변명하거나 오도하거나 축소·왜곡한다면 그들은 또 한 번 범죄적 행위를 음모하는 꼴이다.

    잘못한 사람이 자연인이든 정치인이든 한정당의 소속원이든 책임자이든 그것을 시인하고 용서와 이해를 구할 때 우리는 그들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믿음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이 믿음으로 하는 것이다. 심청이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을 바다에 던졌으며 논개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왜장을 안고 진주남강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수도를 분할하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일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안고 X물로 뛰어든 꼴이 됐다.

    이제 여야지도부는 이 야합적이고 음모적인 빅딜에 대해서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다.

    거짓말은 한 번으로 족하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빅딜한 수도분할에 관한 법이 결국은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 중 8명의 찬성표밖에 얻지 못한 이 엄연한 사실을 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지 말기를 바란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당과 자신을 살리는 것인지, 이제 그들은 선택의 순간에 섰음을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야 지도부에 이 모든 것을 명쾌하게 해결할 지도력이 없다면 17대 국회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역사적 소임을 감당할 도덕성과 진실성이 없기에 즉각 해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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