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신문법

    기고 / 시민일보 / 2005-06-19 18: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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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청 래 국회의원
    {ILINK:1}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다음달 발효를 앞둔 신문법이 독소조항이 있어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 신문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한나라당의 이번 발표는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다.

    지난 1일, 창경궁에서 음식과 술, 담배를 피우며 말썽을 일으킨 세계신문협회 서울 총회가 폐막했다. 이번 총회 개막연설에서 게빈 오라일리 「WAN(세계신문협회)」 회장은 한국 언론의 특수한 현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 정부가 주요 신문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만든 법은 부당한 압력 행사’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는가 하면, 프리츠 「IPI(국제언론인협회)」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만나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며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은 6월9일, 조선일보는 동아일보에 이어 신문법 위헌소송을 제기하며, 신문지면 3면에 걸친 위헌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전면적인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6일이 지난 15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신문법을 전면 재개정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잘 짜 맞춰진 각본처럼 일이 진행된 듯한 느낌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IPI(국제언론인협회)」나, 「WAN(세계신문협회)」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단적으로 이들 단체는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 중에 조사단을 구성, 한국을 방문해 가장 먼저 탈세 혐의로 구속 수감된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 등 3명의 언론사 사주를 만났고 당시의 세무조사가 언론을 위협하고 조정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년이 지나서, 지난 6월 10일, 우리 재판부는 상고심에서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에 대한 업무상 횡령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지난 1996년 4월부터 99년 12월 사이 법인세와 증여세 56억8000여만원을 빼돌리고, 회사 자금 18억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 국제단체의 의도된(?) 행위에 대한 혐의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문법 위헌소송을 제출한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은 1983년「IPI」한국위원회 이사를 맡은 뒤, 1993년 위원장을 맡아 13년째 연임해 오고 있고, 「IPI」국제본부 부회장직을 10년째 맡다가 이번 달에 사임했다. 또한 지금은 주미대사로 나간 홍석현 중앙일보 전 사장의 경우 1999년「WAN」본부이사를 시작으로 수석부회장(2001)과 회장(2002)을 거쳤다. 그는 또 1996년과 2000년 「IPI」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아직도, ‘국제언론단체’의 허울뿐인 권위(?)를 빌어 유치한 여론몰이에 나서는 족벌신문이나, 이에 조응하며 법개정을 운운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에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아니 오히려 측은한 느낌마저 가질 정도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신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신문법에 반대했다’고 밝혔으며, ‘역사에 책임져야 할 법이고 비록 숫자가 모자라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국회에 모두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몇 달이 지난 것이라 박근혜 대표 본인이 잊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국민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제시하고 여론을 호도하며, 족벌신문을 대변하기 위해 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이 언제, 무엇을 당론으로 반대를 했는가?

    지난 4대 개혁입법 과정 중에 언론관계법은 몇 차례의 상임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를 거치며 여야간의 의견을 좁히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며, 이를 결국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충분한 찬반토론을 거쳐 통과시켰다. 당시 표결결과에서도 「신문법」의 경우 133명 찬성 중에 한나라당의 8명의 의원(고진화, 김명주, 김충환, 박세환, 박형준, 이성권, 이재웅, 정종복 의원)이 찬성하였고, 10명이 기권하였으며, 박근혜 대표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밝힌 ‘제3자 시정권고’ 내용이 담긴 「언론중재법」의 경우, 찬성의원 231인 중에 한나라당 의원 73명이 찬성하였으며, 4명의 의원이 기권을 표시했다. 심지어는 박근혜 대표, 본인마저도 신문법에 대해서는 투표를 통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으며(재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의 경우 기권의사를 표시하였다.

    한나라당에 제발 부탁한다.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조금만 좀 돌아보고, 생각한 후에 하시길 바란다.

    미디어의 심각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에「신문법」이 부족한 점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단언코 말하건대, 개정된 신문법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 신문법은 위기의 신문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방안과 언론자유가 만발해진 시점에 언론의 책임과 윤리문제에 대한 법과 제도적 보완 내용을 담았을 뿐이다.
    좀 더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언론 상황을 직시해주길 바라며 개정된 언론관계법에 대한 평가도 해주길 바란다. 또한 여야의 노력으로 통과된 「신문법」, 「언론중재법」이 정치적 의도에 그 취지가 퇴색되기 보다는 본래의 취지대로 우리 언론의 발전, 신문 산업의 발전, 궁극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높여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시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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