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K:1} 눈덮인 안데스 산록에서 불어 내리는 훈풍인가,
엘니뇨의 난폭한 폭풍우가 지난 뒤 내려쬐는 햇볕인가.
칠레에서 54세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렛이 탄생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17일자 신문의 외신란을 읽으면서 가슴 울리는 감회에 젖었다.
여성 보다는 모성(母性)과 지성(知性)의 풍모를 짙게 풍기는 바첼렛이 오른 손을 지지자들에게 흔들며 웃는듯 우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20세기 동안 칠레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대륙 전체가 겪었던 야수적 독재와 영광스런 투쟁 그리고 대중의 각성을 통한 질서있는 민주화 달성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독재의 암울한 고통을 민주화로 승화시킨 칠레 국민들.
필자는 80년대초 출옥 직후 군부독재의 혹독한 감시를 받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호구지책으로 페니 러녹스 여사가 저술한 '민중의 외침'이란 책을 번역했다.
천주교 계통의 분도출판사의 부탁을 받아 번역하게 된 이 책은 60년대 중반 이래 자행된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군부 독재와 그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담고 있었다.
아울러 해방신학에 바탕한 라틴 아메리카의 가톨릭 성직자들의 헌신적 반독재 운동과 사회개혁 운동을 나라별로 자세히 다루고 있었다.
특히 그 책 내용 가운데 지금도 가슴저리게 기억하고 있는 대목이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로 빚어진 비극이었다. 합법적으로 수립된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당 정권을 폭력으로 전복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피노체트가 정권을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저지러진 살륙과 고문, 행방불명과 국외추방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대통령궁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사실되는 아옌데 대통령, 대형 원형 축구장에 구금자들을 가두고 휘발유를 뿌리고 비행기로 소이탄을 투하하여 불태워 죽인 만행, 정치범들에 대한 무자비한 고문과 그 과정에서 살해당한 인사들의 시신의 해양투기, 특히 여성 정치범들에 대한 성고문 등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당초 피노체트의 쿠데타는 아옌데 정권이 세계의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구리광산을 국유화하겠다고 발표한데서 비롯되었다. 구리생산을 독점하고 있던 기업은 미국의 거대기업인 ITT였다. 쿠데타에는 헨리 키신저가 직접 개입했던 것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그때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다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공군장성을 아버지로 둔 여성, 그 자신이 어머니와 함께 구금되어 고문당했던 여성, 아버지 친구인 다른 장성의 도움으로 그 어머니와 함께 국외추방당했던 여성, 소아과 의사가 되어 조국에 돌아와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줄기차게 활동한 여성, 그 활동과정에서 만난 동지의 아기를 낳은 미혼모인 여성, 그리고 결혼하여 다시 두 자녀를 낳았지만 이혼한뒤 세 자녀를 스스로 양육한 여성, 보수적인 카톨릭 국가인 칠레에서 미혼모 이혼녀 무신론자로서 보사부장관 국방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여성, 이 여성이 미첼 바첼렛 대통령이다.
그 숱한 살륙과 독재 그리고 부정부패와 외세와의 결탁이 있었지만 피노체트 독재를 극복한 뒤 칠레는 네차례의 온건한 중도좌파 정권을 탄생시켰다. 칠레의 민주화운동 세력이 왜 원한과 복수심이 없었겠는가. 그들은 그들을 도살한 자들도 놀랄 만큼 차분히 대응하면서 국민들과 함께 서서히 사회개혁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형제국들과 어깨동무하면서 정치개혁과 반패권 외교정책을 차근차근 실현시키고 있다.
미첼 바첼렛 신임 대통령은 제3세계의 다른 여성 지도자들과도 다르다.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이나 니카라과의 비올레타 차모로, 필리핀의 아퀴노나 아로요,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의 간디와 파키스탄의 부토 등등의 여성지도자들은 남편이나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국가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으나 바첼렛은 스스로의 투쟁과 국가경영관리 능력을 칠레 국민들로 부터 인정받아 국가지도자의 위치에 올랐다.
세계가 그녀의 지도력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바첼렛의 앞날에 영광이 있으라!!
한, 칠레 우호 협력증진을 위하여...
칠레와 우리나라는 2004년 연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전화 등 많은 우리의 수출품들이 칠레에, 그리고 칠레를 통해 다른 중남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반대로 많은 농산물들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값싼 칠레산 포도주 정도가 현저 할 뿐 그것은 기우였음이 분명해졌다. 칠레가 우리의 중남미 교두보 노릇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면서 우리도 신임 바첼렛 대통령에게 어떤 선물을 선사할지 사려깊게 생각해봄직 하다.
바첼렛 대통령의 취임식에 우리 대통령의 참석도 고려해봄직 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에 버금가는 성의를 보일만도 하다.
필자는 지난 1월 14일 칠레에서 온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25년전 칠레로 이민간 고교동문이자 대학동문인 지용기형을 만나 칠레 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지형을 만난 뒤 곧 바첼렛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접하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에 관해 이 글을 쓰노라니, 이제 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초록별의 순례자들은 비록 그 숫자가 모래알 만큼이나 많지만 어느 누구도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 칠레 우호 친선이여 영원하라!!
엘니뇨의 난폭한 폭풍우가 지난 뒤 내려쬐는 햇볕인가.
칠레에서 54세의 여성 대통령 미첼 바첼렛이 탄생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17일자 신문의 외신란을 읽으면서 가슴 울리는 감회에 젖었다.
여성 보다는 모성(母性)과 지성(知性)의 풍모를 짙게 풍기는 바첼렛이 오른 손을 지지자들에게 흔들며 웃는듯 우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 20세기 동안 칠레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대륙 전체가 겪었던 야수적 독재와 영광스런 투쟁 그리고 대중의 각성을 통한 질서있는 민주화 달성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독재의 암울한 고통을 민주화로 승화시킨 칠레 국민들.
필자는 80년대초 출옥 직후 군부독재의 혹독한 감시를 받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호구지책으로 페니 러녹스 여사가 저술한 '민중의 외침'이란 책을 번역했다.
천주교 계통의 분도출판사의 부탁을 받아 번역하게 된 이 책은 60년대 중반 이래 자행된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군부 독재와 그에 대한 민중의 저항을 담고 있었다.
아울러 해방신학에 바탕한 라틴 아메리카의 가톨릭 성직자들의 헌신적 반독재 운동과 사회개혁 운동을 나라별로 자세히 다루고 있었다.
특히 그 책 내용 가운데 지금도 가슴저리게 기억하고 있는 대목이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로 빚어진 비극이었다. 합법적으로 수립된 살바도르 아옌데 사회당 정권을 폭력으로 전복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피노체트가 정권을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저지러진 살륙과 고문, 행방불명과 국외추방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대통령궁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사실되는 아옌데 대통령, 대형 원형 축구장에 구금자들을 가두고 휘발유를 뿌리고 비행기로 소이탄을 투하하여 불태워 죽인 만행, 정치범들에 대한 무자비한 고문과 그 과정에서 살해당한 인사들의 시신의 해양투기, 특히 여성 정치범들에 대한 성고문 등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당초 피노체트의 쿠데타는 아옌데 정권이 세계의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구리광산을 국유화하겠다고 발표한데서 비롯되었다. 구리생산을 독점하고 있던 기업은 미국의 거대기업인 ITT였다. 쿠데타에는 헨리 키신저가 직접 개입했던 것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그때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다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공군장성을 아버지로 둔 여성, 그 자신이 어머니와 함께 구금되어 고문당했던 여성, 아버지 친구인 다른 장성의 도움으로 그 어머니와 함께 국외추방당했던 여성, 소아과 의사가 되어 조국에 돌아와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줄기차게 활동한 여성, 그 활동과정에서 만난 동지의 아기를 낳은 미혼모인 여성, 그리고 결혼하여 다시 두 자녀를 낳았지만 이혼한뒤 세 자녀를 스스로 양육한 여성, 보수적인 카톨릭 국가인 칠레에서 미혼모 이혼녀 무신론자로서 보사부장관 국방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여성, 이 여성이 미첼 바첼렛 대통령이다.
그 숱한 살륙과 독재 그리고 부정부패와 외세와의 결탁이 있었지만 피노체트 독재를 극복한 뒤 칠레는 네차례의 온건한 중도좌파 정권을 탄생시켰다. 칠레의 민주화운동 세력이 왜 원한과 복수심이 없었겠는가. 그들은 그들을 도살한 자들도 놀랄 만큼 차분히 대응하면서 국민들과 함께 서서히 사회개혁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형제국들과 어깨동무하면서 정치개혁과 반패권 외교정책을 차근차근 실현시키고 있다.
미첼 바첼렛 신임 대통령은 제3세계의 다른 여성 지도자들과도 다르다.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이나 니카라과의 비올레타 차모로, 필리핀의 아퀴노나 아로요,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푸트리, 인도의 간디와 파키스탄의 부토 등등의 여성지도자들은 남편이나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국가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으나 바첼렛은 스스로의 투쟁과 국가경영관리 능력을 칠레 국민들로 부터 인정받아 국가지도자의 위치에 올랐다.
세계가 그녀의 지도력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바첼렛의 앞날에 영광이 있으라!!
한, 칠레 우호 협력증진을 위하여...
칠레와 우리나라는 2004년 연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자동차, 가전제품, 컴퓨터, 휴대전화 등 많은 우리의 수출품들이 칠레에, 그리고 칠레를 통해 다른 중남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반대로 많은 농산물들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값싼 칠레산 포도주 정도가 현저 할 뿐 그것은 기우였음이 분명해졌다. 칠레가 우리의 중남미 교두보 노릇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면서 우리도 신임 바첼렛 대통령에게 어떤 선물을 선사할지 사려깊게 생각해봄직 하다.
바첼렛 대통령의 취임식에 우리 대통령의 참석도 고려해봄직 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에 버금가는 성의를 보일만도 하다.
필자는 지난 1월 14일 칠레에서 온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25년전 칠레로 이민간 고교동문이자 대학동문인 지용기형을 만나 칠레 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지형을 만난 뒤 곧 바첼렛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접하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에 관해 이 글을 쓰노라니, 이제 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초록별의 순례자들은 비록 그 숫자가 모래알 만큼이나 많지만 어느 누구도 서로 떨어져 있는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 칠레 우호 친선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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