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동아 스토리

    기고 / 시민일보 / 2006-03-29 1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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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ILINK:1}요즘 당원 동지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생각 자주 합니다.
    언제 편안한 날 살아본 적 있는가 싶기도 합니다만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이즈음, 31년전 더구나 저 자신과 관련된 ‘동아 광고탄압과 언론인 무더기축출’ 사태의 진상규명과 사죄를 요구하는 일에 관여하는 것이 겸연쩍게 느껴집니다.
    강산이 세번이나 변하는 세월의 두께가 그만큼 날카롭던 눈빛이나 마음을 많이 무디어지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러나 그렇게 긴 세월이 흘렀어도 저희 동료들 마음에는 한두가지 앙금들이 사그러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들을 어쩌지 못해서 몸과 마음이 쇠잔함직도 한, 모두 환갑 나이를 넘긴 이른바 해직언론인들이 열흘이 넘도록 광화문 한복판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지난 3월17일 농성 시작 이래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눈물겨운 격려와 위로에 저희 동료들과 함께 마음으로부터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동아사태’란 1975년 3월17일 유신독재정권에 맞서 자유언론을 주창하던 동아 언론인 130여명을 깡패들을 동원하여 강제축출했던 사건을 말합니다. 동아 사주는 그들 언론인들을 강제 축출하는 대가로 광고탄압 해제라는 반대급부를 받고 ‘언론유신’과업의 완수를 위해 독재정권에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 동아일보가 이제 세월이 흘렀다고 자신이 거리로 내동댕이쳤던 언론인들이 아직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도 자유언론운동은 동아 사주가 벌인 것인양 역사왜곡을 서슴지않고 있습니다.
    “동아야! 너마저 무릎 꿇는다면 진짜 이민갈꺼야 -- 이대 S생”, 이런 수많은 피맺힌 격려광고로 지원한 민주시민들의 기대에 등을 돌렸던 동아 사주가 옛 버릇대로 역사를 다시 우롱하고 있군요.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서도 자주 들어보셨을 동아일보의 항일 자랑꺼리 ‘일장기 말소사건’도 이런 역사왜곡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1936년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영웅 손기정선수의 앞가슴에 그려진 일장기를 없애버린 항일 기자들은 당시 동아의 현진건 사회부장과 이길용 기자였지요. 동아는 그들을 “성냥개비로 99칸 거루고각을 불태우려한다”고 몰아세우면서 해고시켰고 이들은 일제말까지 고통의 세월을 살아야했지요. 해방후 이 ‘일장기 말소사건’은 동아의 항일 증거로 높이 치켜세워졌지요. 일제치하의 친일을 항일로 둔갑시켜온 그 못된 버릇이 다시 도져서 해방된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마저 왜곡하려들고 있습니다. 바로 동아투위 사태가 그것입니다.
    절벽에 대고 소리지르는 안타까운 심정이지만, 저의 동료들의 다른 한가지 맺힌 사연이 있습니다.
    왜 동아 사주는 지난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박정희 독재가 광고탄압을 해오고 온갖 압력을 가해옴으로 어쩔 수 없이 언론인들을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인정할 경우, 우리는 흔쾌히 손잡고 모든 것을 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일제시대부터 우리 국민이 함께 만들어온 큰 자산인 동아일보가 정말 잘 되길 저희 동료들도 바랍니다. 저희들이 젊은 시절 피와 땀을 바쳐 제일의 신문으로 만들었던 동아일보가 거듭 태어나 다시 최고의 신문이 되길 바랍니다.
    그날 그날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신문입니다. 그 역사를 조작하거나 왜곡하고서는 신문(Journal)이랄 수 없습니다.
    19세기말 R. 루이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주인공도 선인과 악인으로 분열된 자아를 어쩔 수 없이 파멸로 종결짓는 것을 보게 됩니다. 분열된 자아, 거짓 자체인 자신을 가지고서는 바로 설 수 없는 것이지요.
    저희들이 지난 2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의 제목이 “자유언론의 도살자들이 언론자유를 주장하는 이 꺼꾸로 선 세상에서는 어떤 개혁도 불가능합니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언론이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데 무얼 어쩐다는 말인가요? 우리들 안에서는 보수언론 어쩌구 하면서도 막상 전면에 나가보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군요. 다시 민주개혁정권을 가지고 싶다고요? 담담하게 내가 먼저 저들의 총알받이가 되겠다고 나설 때, 계산의 시대가 아니라 헌신의 시대를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나설 때, 민주개혁정권은 여러분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저희 동아투위는 동아일보 창간기념일인 4월1일(토) 오후 5시부터 동아일보 앞마당에서 ‘자유언론 촛불문화제’를 열고 ‘동아광고탄압과 언론인 무더기축출사태’ 진상규명과 사죄를 촉구하는 여러가지 행사를 가질 계획입니다. 제2부에서는 동아 백지광고 당시 격려광고를 냈던 민주시민들이 참여하여 동아의 배신을 규탄하고 격려광고 성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자유언론 대화마당’을 펼칠 예정이며 제3부에서는 시낭송, 판소리, 풍물패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가질 것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서도 가족들과 함께 많이 참여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자유언론과 민주개혁 그리고 한반도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의 주도세력인 열린우리당 당원 동지 여러분,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3월30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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