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 제방붕괴, 누구 책임인가

    기고 / 시민일보 / 2006-07-30 20: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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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한나라당 의원)
    {ILINK:1} 집중호우가 쏟아지던 지난 7월16일 서울 양평동 일대가 물에 잠겨 총 438가구 1075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피해는 안양천의 지하철 9호선 907공구의 제방 부위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의해 쓸려나가면서 지하철 공사가 진행되었던 지하구조물 현장이 침수되었고 그 결과, 양평동 일대가 물에 차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지난 7월20일 오전 10시 한나라당 인재피해진상조사단 단장의 자격으로 양평동의 안양천 제방 붕괴 현장을 방문해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조사 활동 벌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먼저 서울시 행정부시장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든 설명이 끝났을 때 정작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 즉, “이번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설명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에게 이번 사고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저의 질문에 서울시 행정 부시장은 즉답을 피한 채 옆에 있는 감리단장에게 마이크를 넘겼습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김포공항→종합운동장→방이동으로 연결되는 우리나라 지하철 최초의 민자 발주 노선으로 민자사업자가 30년간 운영 후 국가에 반환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양평동 일대 침수 피해의 경우 1차적인 책임은 서울지하철공사라기 보다는 시공사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리단장에게 이번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다시 물었습니다. 하지만 감리단장 또한 사고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은 채 제방구조물의 축성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감리단장 역시서울시 행정부시장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없었습니다.

    그의 설명이 끝나고 “충분한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수가 발생한 것은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수량 예측을 잘못 예측한 것 아닙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감리단장은 최고 수위 10.5m로 제방 높이가 설계되었고 시공에서도 이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답변했습니다.

    ‘10. 5m? 이번 제방이 무너질 때 수위는 7.5m였는데?’ 다시 질문했습니다. “10.5m 높이로 설계되고 시공된 제방이 어떻게 7.5m의 물이 차 올랐다고 무너질 수 있습니까?” 감리단장은 이번에 붕괴된 제방은 최고 수위 10.5m는 이미 설계와 시공시에 전제되었던 것으로 7.5m 정도의 수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기존의 제방에 비해 새롭게 축성한 제방이 급류에 의해 흙이 깎이거나 물이 샐 염려는 없는가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저의 이런 조심스러운 질문에. 감리단장은 이번에 무너진 제방은 기존의 제방과 비교해 거의 비슷한 강도를 유지하게끔 설계되었고 파낸 흙을 매우는 과정에서도 주변의 흙과 유사한 성질을 유지하게끔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번 제방이 다른 제방에 비해 물길에 약할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기존의 다른 제방과 비교해 거의 비슷한 강도로 설계 시공되었기 때문에 다른 제방에 비해 이번 제방이 물길에 약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라구? 하지만, 다른 제방들은 끄떡없이 버틴 반면 이 제방은 무너지지 않았나? 다른 제방과 달리 이 제방만이 무너진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리가 없다니?

    답변을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 속이 더욱 더 혼란스러워져만 갔습니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평상시와 달리, 천변 위로 집중적으로 물이 흐르면서 이 일대의 유속이 급격히 상승해 제방의 흙을 쓸어 냈을 가능성을 제기해 보았습니다.

    감리단장은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렇다면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교각이 일으킬 물살 흐름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점을 지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감리단장은 설계상의 문제는 없으며, 설계는 현재로선 완벽한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 이상의 설계가 불가능한 완벽한 설계라구? 그렇다면 시공과정에서는?’ 감리단장은 충분한 다지기 조치가 시방서에 따라 정상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 또한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완벽한 설계에 이어 이번에는 완벽한 시공이라구? 그럼 도대체 왜?’ 부실 공사의 가능성을 물어 보았습니다. 감리단장은 24시간 철야를 해가면서 공사 기일을 지켰고 그 과정에서 기술이나 절차상 문제가 없도록 관리 감독에 만전을 기하고 또 기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혹시 부실한 재료를 이용했거나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규정에 어긋난 공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우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감리단장에게 감리가 철저히 이루어졌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감리단장은 시공은 시방서에 의해 이루어졌고 시공한 사항에 대해 감리는 절차에 따라 철저히 이루어졌다는 말로 저의 우문을 단칼에 잘라 버렸습니다.

    설계에도, 시공에도 문제가 없다. 게다가 감리에도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왜 제방이 무너졌단 말인가? 결국 오늘 서울시 행정부시장, 감리단장의 설명을 결론내리자면 “잘못된 공사의 결과는 있으나, 잘못의 원인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침수 피해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아무도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설계·시방·감리 관련 자료, 작업일지 일체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사고 현장으로 향해야 했습니다.설계, 시공, 감리 모두 완벽했고 따라서 아무도 책임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는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에 어쩌면 이 일은 저에게 있어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해야만 합니다. 다시는 국민에게 이런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이같은 진정한 사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7월 31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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