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통제권 환수, 자주국방에 역행

    기고 / 시민일보 / 2006-08-09 19: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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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 영 선(한나라당 의원)
    {ILINK:1}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8월 무더위 이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 사안은 한반도 안보의 근간을 흔들고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치적으로 또 다른 이념갈등으로 남남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 한반도의 안보현실을 냉정히 성찰하는 속에서, ‘현실’적 접근을 통해 과연 어떤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피는 자세가 중요하다.

    ‘임기내 합의서 서명’에 올인(all-in)

    2005년 10월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지는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정부는 2012년까지 이를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오는 10월 로드맵을 만들고 2007년 상반기까지 시행을 위한 시간표를 만들겠다는 일정을 선언해버렸다.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정권이 충분한 논의나 검토도 없이, 국민적 합의도 없이 속전속결로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정권의 자주와 반미를 동일시하고 민족을 우선시하는 좌파적 편향성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최근 이에 대한 비판이 증대되자 이른바 ‘친미자주’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본질을 호도하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책의 편향성이 한·미동맹의 근간을 붕괴시키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재편 등에서 보듯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에도 일정한 변화가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현 정부의 반미성향이다. 이러한 반미성향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대중적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었으나, 현실과의 괴리로 이내 식상해졌다. 그 반미성 포퓰리즘 정책의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던 사안이 바로 지금 부각되는 작통권 환수 문제인 것이다.

    정전협정의 인위적·일방적 붕괴 초래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는 곧바로 현행 정전체제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일정기간까지는 미군이 연합사령관을 계속 맡되,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한국이 수행하다가 결국은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각자가 따로 나가는 병렬 체계가 될 것이다.

    정전협정은 지난 기간 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안전판이자 국제적 레짐(regime)이었다. 그러나 이 정전협정을 대체할 그 어떤 체제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평화협정 또는 평화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이의 정착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작통권 환수 문제는 현상을 변경하는 절차 및 순서에서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남북간의 긴장완화, 남북 군비통제 등을 통해 남북간의 평화협정 체결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 작통권의 환수를 논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오히려 미군에 대한 의존 심화

    준비되지 않는 작통권 환수는 오히려 미군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켜 ‘자주국방의 길’에서 멀어진다.

    한미연합사 체제 하에서는 미국의 당연한 조치들이 독자적 지휘체계 하에서는 이행되지 않거나 또는 비용이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경우 그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북한 위기 상황이나 급박한 안보 위협 등 중대한 국면에서 우리가 미국의 손을 빌려야 할 경우 대미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될 것이고 그 대가는 더욱 클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전시작통권 이양은 일정하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주한미군은 북한 억지라는 부담에서 한결 자유로워지며,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되어 세계 여러 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주한미군의 지위와 중요성은 격하되어 주일미군 체제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많은 주한미군의 장비와 무기는 다른 분쟁지역이나 거점지역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엄청난 국민 부담 증가

    정부는 2012년이면 독자적인 작전통제가 가능하고 그를 위한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 일반적인 평가대로 우리의 전력이 북한에 비해 열등하다고 한다면, 대전제는 우리가 작통권을 환수하더라도 현재의 한미연합 태세의 억지력만큼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작통권 환수를 위한 일차적인 충분조건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수년간 수십조원의 무기 및 장비 구매가 이뤄져 창군 이래 가장 많은 국방예산이 가장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투자될 것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우리 방산업계 그리고 무기중개상들에게 큰 판이 열린 것이다. ‘무기를 녹여 보습을 만들자’며 집권한 현 정부의 아이러니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자주국방, 작통권 환수 등을 주장해왔는데, 지금 와서 막상 환수하려하니 이를 비판·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작통권 환수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과 여건’의 문제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결국 현시점에서 한·미가 검토하고 있는 전시작통권 환수 일정표는 너무 조급하며 시기상조이다. 미래 한반도 안보 환경을 고려하고 국민의 세부담을 감안하여 환수 목표를 넉넉히 잡고 ‘필요하고도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국민적 염원과 합의하에서 ‘진정한 자주국방’ 건설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지금은 서두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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