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INK:1} 북쪽의 핵실험으로 한껏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그 남쪽 대한민국에서는 요즘 이솝 우화에서 힌트를 얻은 정책 하나를 놓고 참으로 말들이 많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 틀을 세우고, 노무현 정권이 계승했다는 햇볕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 그 주인공이다.
길 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 필요함을 말하는 그 유명한 우화는 그 정책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인 셈이다.
그런데 이 정책을 두고 최근에 보기 좀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햇볕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난감하고 혼란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갈등이 두 전 현직 대통령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당과 야당,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편 갈라 칼날처럼 맞서고 있다.
냉철하게 따져보자. 과연 우리가 북한을 이솝 우화에 나오는 나그네에 비유하는 게 현실을 보는 올바른 눈일까? 현실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일까? 따스한 햇볕을 쬐어 주면, 나그네가 옷을 벗듯 북한은 대한민국의 의지에 순응할까?
북한을 두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쓰면 고분고분 따르는 말에 비유할 수 있을까? 북한은 과연 “남조선이 우리 북조선에게 당근과 채찍을 효과적으로 쓰기만 한다면 당신들이 원하는 길로 가겠다”고 할까?
고개가 저어진다. 그러한 기대는 주관의 늪에 빠져 있는 한 쪽의 희망 사항이자 일방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 제기가 햇볕 정책, 포용 정책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항변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정책은 일방적으로 북한을 대한민국 체제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대한민국과의 관계에서도 북한은 우리와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강한 군사력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 왔으니, 대한민국이 그에 대해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최근에 핵실험을 한 후에도, 자신들의 핵무기 덕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가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강변했다.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지원을 그들은 불로소득이나 무상원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그들이 군사력으로 기여한 것이 있으니, 그 기여 덕분에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니, 우리도 할 일을 하는 게 도리라는 식이다.
이런 태도를 갖고 있는 북한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햇볕 정책 논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햇볕은 무슨 햇볕이냐며 핏대를 올리지 않을까?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첫째 원칙은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 판단과 모든 선택은 그 원칙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 원칙을 무너뜨리는 부류는 그들이 누구건 한반도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
둘째 원칙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당면 목표로 삼아 끝내 그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어렵게 얻은 핵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핵무기를 지렛대 삼아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비핵화 명분을 앞세워 전쟁이라는 수단을 쓰려는 세력만은 철저히 경계하면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믿으며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이 두 원칙만 확고하게 지킨다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억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어설픈 시나리오를 쓰자는 것이 아니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두 원칙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평화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뜻이다. 그 희망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절망이 아니겠는가.
다시 강조하니, 희망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선 햇볕이니 바람이니, 당근이니 채찍이니 하며 북한을 두고 일방적인 시나리오를 쓰는 것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지 못한 채 가상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는 우화가 주는 교훈으로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급변하는 현실은 우리의 생존 자체를 시험하고 있다.
그토록 절박한 상황이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새로운 눈, 새로운 생각, 새로운 정책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적인 과제이다.
길 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이 필요함을 말하는 그 유명한 우화는 그 정책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인 셈이다.
그런데 이 정책을 두고 최근에 보기 좀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햇볕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난감하고 혼란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갈등이 두 전 현직 대통령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당과 야당,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편 갈라 칼날처럼 맞서고 있다.
냉철하게 따져보자. 과연 우리가 북한을 이솝 우화에 나오는 나그네에 비유하는 게 현실을 보는 올바른 눈일까? 현실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일까? 따스한 햇볕을 쬐어 주면, 나그네가 옷을 벗듯 북한은 대한민국의 의지에 순응할까?
북한을 두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쓰면 고분고분 따르는 말에 비유할 수 있을까? 북한은 과연 “남조선이 우리 북조선에게 당근과 채찍을 효과적으로 쓰기만 한다면 당신들이 원하는 길로 가겠다”고 할까?
고개가 저어진다. 그러한 기대는 주관의 늪에 빠져 있는 한 쪽의 희망 사항이자 일방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 제기가 햇볕 정책, 포용 정책에 대한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항변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정책은 일방적으로 북한을 대한민국 체제로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대한민국과의 관계에서도 북한은 우리와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강한 군사력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 왔으니, 대한민국이 그에 대해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최근에 핵실험을 한 후에도, 자신들의 핵무기 덕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가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고 강변했다.
경제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지원을 그들은 불로소득이나 무상원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그들이 군사력으로 기여한 것이 있으니, 그 기여 덕분에 대한민국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니, 우리도 할 일을 하는 게 도리라는 식이다.
이런 태도를 갖고 있는 북한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햇볕 정책 논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햇볕은 무슨 햇볕이냐며 핏대를 올리지 않을까?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첫째 원칙은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 판단과 모든 선택은 그 원칙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 원칙을 무너뜨리는 부류는 그들이 누구건 한반도의 죄인으로 남을 것이다.
둘째 원칙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당면 목표로 삼아 끝내 그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어렵게 얻은 핵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핵무기를 지렛대 삼아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비핵화 명분을 앞세워 전쟁이라는 수단을 쓰려는 세력만은 철저히 경계하면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을 믿으며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이 두 원칙만 확고하게 지킨다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억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어설픈 시나리오를 쓰자는 것이 아니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두 원칙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평화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말자는 뜻이다. 그 희망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절망이 아니겠는가.
다시 강조하니, 희망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선 햇볕이니 바람이니, 당근이니 채찍이니 하며 북한을 두고 일방적인 시나리오를 쓰는 것을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현실을 냉철하게 보지 못한 채 가상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야기된 한반도의 위기는 우화가 주는 교훈으로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급변하는 현실은 우리의 생존 자체를 시험하고 있다.
그토록 절박한 상황이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새로운 눈, 새로운 생각, 새로운 정책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적인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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