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묵은 홰나무(上)

    기고 / 시민일보 / 2006-11-02 17: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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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
    깊은 산골짜기 높은 봉우리 위에 큰 홰나무가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어떻게 크던지 멀리서 보면 산같이 보였습니다.

    그러므로 홰나무 그늘에 있는 작은 나무며 어린 풀이며 향기로운 들꽃들은 아무리 큰비가 와도 아무리 센 바람이 불어도 가지 하나, 잎 하나 상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홰나무 그늘에 있던 싸리나무는 고운 꽃을 하달하달하며, “이런 젠장, 팔자가 사나워 이곳에 태어나서 저놈의 홰나무 늙은이 때문에 별빛 하나 볼 수가 있어야지!” 이렇게 중얼거리니까 또 들국화는 “참 정말이오. 홰나무 늙은이가 팔을 쩍 벌리고 있기 때문에 가을 달이 그렇게 좋다 하여도 한 번 구경도 못 하였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참말 저런 늙은이는 얼른 말라죽지도 않어! 우리들은 좋은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피워도 저 늙은이는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우두커니 섰기만 해. 참 갑갑해 죽겠어!” 등롱꽃은 말하였습니다.

    “정말이지 왜 살아서 저 지경이야!” 바위틈에 끼인 이끼는 말하였습니다.

    큰 홰나무는 싸리, 들국화, 등롱꽃들이 욕하는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동남풍이 불더니 별안간 검은 구름이 온 하늘을 덮었습니다. 무서운 벽력 소리가 났습니다. 콩알 같은 빗방울이 쉴새없이 쏟아졌습니다.

    홰나무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싸리며 들국화를 끌어안는 것같이 하였습니다.

    “아이, 무서운 천둥 소린데”하며 귀를 막은 채 싸리나무가 하늘을 쳐다보며 말합니다.

    “웬 때아닌 소낙비여”하고 국화는 겨우 고개를 들고 말하였습니다.

    “날은 인제 갰군. 달이 떴네. 늙은 홰나무만 없으면 비 멎은 뒤에 달과 별을 잘 보련마는!”하고 등롱꽃이 말하였습니다.

    홰나무는 깊숙하고 널찍하고 보드라운 가지 사이에 비둘기며 콩새며 산새들에게 집을 주고 또 조용히 새들이 잠자는 것을 지키어 주었습니다. 바람 불고 천둥 쳐도 홰나무는 새들을 잘 가리어 주었습니다.

    밤은 샜습니다. 날은 더웠습니다. 해는 쨍쨍히 땅을 쬐었습니다. 풀과 나무들은 더워서 애를 몹시 썼습니다.
    홰나무는 가지를 벌려 들국화, 싸리, 등롱꽃들을 가리어 선선하게 하여 주었습니다.

    산 밑에서 나무꾼들이 도끼를 지게꼬리에 꽂고 소리를 하며 올라왔습니다.

    “이 홰나무라”하고 애꾸눈이 영감이 소리를 합니다.

    “옳지, 이 나무면은 절구짝이나 내겠네”하고 수염 털보 영감이 말합니다.

    이 무서운 나무꾼들의 말을 듣고 홰나무는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그 무지한 나무꾼들은 홰나무 밑에서 도끼를 갈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참 무섭게 더운 날일세. 땀이 샘 솟듯 하네.” “그러나 이 홰나무 밑에 앉으면 조금도 더운 줄 모르겠네. 참 시원한데!” 이런 소리들을 하면서 나무꾼들은 도끼를 들어 그 큰 홰나무 밑동을 쾅쾅 찍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홰나무는 몇 해나 되었을까” “글쎄, 한 오백 년 되었을까.” “오백 년, 오백 년만 되었겠나. 한 천 년은 되었으리…….”

    꽝꽝 도끼 소리는 깊은 산골짝까지 울렸습니다.

    “아참 더워, 벌써 점심때가 되었지. 한숨 쉬고들 또 하지.”하고 애꾸 나무꾼이 말하였습니다.

    여러 나무꾼들은 홰나무 밑 시원한 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그리고 풀 위에 누워서 코를 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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