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분규와 손봉호 해임의 함수관계

    기고 / 시민일보 / 2006-11-14 19: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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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대열(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ILINK:1} 자유당 시절에는 대학교 총장을 장관과 같은 급으로 대접했다. 물론 당시 대학교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많아야 30~40개교 정도였다.

    모든 사물이 ‘희귀성’이 있으면 값이 올라가는데 급수를 중시하는 관료위주 사회에서 총장이 장관대접을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실 대학교 총장을 하려면 학식과 덕망은 물론이요 결단성과 추진력 등 고도의 행정력까지도 갖춰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장관과 비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그 시절이 총장들에게는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어느 곳에 가더라도 상석에 모시고 말씀의 순서도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다. 총장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카리스마가 형성되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기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세상이 달라졌다. 우선 대학 수가 너무 많아 이름만 대서는 어디에 있는 대학인지 알 길이 없다.

    360개교가 넘는 대학교가 존재한다. 그 외에도 단과대학과 전문대학이 비슷한 숫자라고 하니 이 나라가 대학교 천지가 아니고 무엇인가. 남여를 막론하고 대학 졸업장 한 장 없으면 취직은 말할 것도 없고 시집 장가가기도 힘들다.

    이러다보니 경쟁적으로 대학을 만들고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이 생겨났다.

    과거처럼 대학이 갖고 있는 신입생 선발권은 이미 교육부로 넘어갔다.

    대학은 겉으로는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실제적인 교육내용은 교육부의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국공립대학을 비롯한 모든 사립대학이 교육부의 억센 손아귀에 꽉 쥐여버린 것이다.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등교육은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교장의 신입생 선발권을 빼앗아갔고 대학신입생 선발권조차 예비시험이다, 수학능력시험이다 하면서 슬그머니 가져갔다.

    중·고등학교의 평준화 덕분에 고교입시 전쟁은 사라졌지만 경쟁이 사라진 고교생의 학력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대입을 위한 국어 영어 수학에 치중하다보니 엉뚱하게 우리 역사를 선택과목으로 팽개치는 실정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관심을 보이는 고교생이나 대학생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우리는 부정선거를 규탄하다가 장열하게 목숨을 바친 4.19 영령들을 잊지 못한다. 자유당 독재정권이 영구집권을 꾀하다가 저지른 3.15 부정선거는 이 나라 대학생들의 궐기로 끝을 맺었다.

    한 때 국부로 까지 칭송받던 이승만은 쓸쓸히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부정선거의 후유증은 200여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을 주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부정선거의 곁에도 가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후에도 크고 작은 부정선거가 자행되었다.

    그러나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3.15와는 달리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소규모 부정이 있었을 뿐이다. 각급 선거에서 돈을 쓰거나 사전선거운동을 한 사람, 허위경력을 내세운 사람 등 개인적인 비리가 주종을 이뤘다. 이런 부정은 물론 가차없는 법의 징벌을 받는다. 물론 들키지 않고 부정을 저지르는 지능범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한 과거보다는 훨씬 개선되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대학생들이 총학선거에서 부정을 저지른 행위는 관권에 맞서 목숨을 걸었던 4월혁명 대학생 선배들을 욕보이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동덕여대에서 일어났다. 이 학교의 총장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손봉호 교수다. 그는 동덕여대가 분규에 휩싸이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격자로 뽑혔다.

    겉으로는 연약하게 보이지만 학사를 처리하는 데는 단호했다. 교직원노조의 무리한 경영권 간섭도 원만히 처리했다. 2년 동안 노심초사하면서도 교수와 교직원 그리고 재단과의 관계도 별다른 일이 없었다. 문제는 총학선거였다. 학생들은 새로운 총학을 선거로 구성했으나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학생의 수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이것을 학생들이 조작하여 더 많은 학생 투표자가 있었던 것처럼 꾸몄다.

    손봉호 총장은 원래 공명선거 시민운동의 대표자 출신인데 이런 부정을 눈감고 넘겨줄 수는 없었다고 한다.

    부정총학을 인정하지 않자 농성이 시작되고 여기에 기득권을 뺏긴 직원노조가 가세하여 덧불을 지폈다. 게다가 재단이사를 새로 맡은 사학분규 전문가들이 이에 합세하여 시대의 양심 손봉호 총장을 해임하는 극악상태로 몰았다.

    상지대를 탈취하던 수법이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부정선거가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원천은 건들지도 않고 이를 파헤친 양심세력을 몰아내는 몰상식이 분규대학마다 판을 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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