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에 나는 주민들과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첫째가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것이었고, 둘째가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된들 사람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 두 가지 약속을 신조처럼 여기며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고 나를 뽑아 준 주민들도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게.
방이초등학교에서 열린 두 번째 유세 때였다.
연설을 하려고 단상에 막 섰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꽃다발을 주려는가 보다 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단상 앞에 이르러서는 느닷없이 나를 향해 뭔가를 던지기 시작했다. ‘휙’ 하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돌멩이처럼 보였다.
그 순간 왜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쓰러지던 모습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차라리 이빨이 몇 개 부러지더라도 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가 날아들어 나를 정통으로 맞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돌멩이가 아닌 달걀이었다. 날아오는 대로 피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다 맞았다.
출마한 모든 후보도, 그리고 운동장에 가득 모인 주민들도 꼼짝하지 않았다. 달걀을 던지는 여자만 빼고는 주변이 모두 정지된 화면처럼 보였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느새 누군가 나와서 여자를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가자 그제야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고함 소리도 터져 나왔다.
“뭐야! 테러를 해!”
“뭔 소리야, 지금!”
수건을 꺼내 얼굴을 대충 닦으면서 마이크로 다가갔다.
이렇게 고함이 오가는 분위기에서는 도무지 연설이 안 될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마이크를 두어 번 손으로 톡톡 치고는 씩 웃으면서 첫마디를 날렸다.
“이왕 달걀을 주시려면 소금도 좀 챙겨 주시지 그랬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와~’ 하는 함성이 들리더니 여당 지지자든 야당 지지자든 할 것 없이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찰에 연행된 여자는 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풀려났다. 그리고 이튿날 사무실을 찾아왔다.
여자의 모습을 보고 사무장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줄행랑을 쳤다. 또 다시 행패를 부릴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때 아내가 여자를 앉히고 꼬옥 끌어안으며 달랬다. 왜 그랬느냐면서. 그렇게 한참을 아내 품에 안겨 있던 여자는 말없이 돌아갔는데, 어느 날 내게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사연인즉, 어렸을 때부터 ‘1’자는 자신의 숫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부도 일등을 해왔고, 교회 목사님에게 양복도 제일 먼저 해드렸다. ‘1’은 하늘이 자신에게 준 글자인데 왜 맹아무개가 빼앗아 가느냐는 식의 글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편지지 빼곡히 적힌 ‘1’자였다. 따지고 보면 기호 1번을 달았기 때문에 당한 봉변이었다.
이 일을 두고 자작극이 아니냐는 말도 돌았지만 편지에서 보는 것처럼 결국 정신이상자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지금도 가끔 나타나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지 나만 보면 아무 데서나 큰절을 하려고 덤비는, 측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첫 경험치고는 참으로 많은 사연을 남긴 선거였다.
그리고 송파의 다른 지역에서 출마한 홍준표 씨와 더불어 아무도 밟아보지 못했다는 송파에 국회의원으로 새 인생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첫째가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것이었고, 둘째가 앞으로 내가 무엇이 된들 사람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 두 가지 약속을 신조처럼 여기며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고 나를 뽑아 준 주민들도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게.
방이초등학교에서 열린 두 번째 유세 때였다.
연설을 하려고 단상에 막 섰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꽃다발을 주려는가 보다 하고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단상 앞에 이르러서는 느닷없이 나를 향해 뭔가를 던지기 시작했다. ‘휙’ 하고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돌멩이처럼 보였다.
그 순간 왜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쓰러지던 모습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차라리 이빨이 몇 개 부러지더라도 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가 날아들어 나를 정통으로 맞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돌멩이가 아닌 달걀이었다. 날아오는 대로 피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다 맞았다.
출마한 모든 후보도, 그리고 운동장에 가득 모인 주민들도 꼼짝하지 않았다. 달걀을 던지는 여자만 빼고는 주변이 모두 정지된 화면처럼 보였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느새 누군가 나와서 여자를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가자 그제야 웅성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고함 소리도 터져 나왔다.
“뭐야! 테러를 해!”
“뭔 소리야, 지금!”
수건을 꺼내 얼굴을 대충 닦으면서 마이크로 다가갔다.
이렇게 고함이 오가는 분위기에서는 도무지 연설이 안 될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마이크를 두어 번 손으로 톡톡 치고는 씩 웃으면서 첫마디를 날렸다.
“이왕 달걀을 주시려면 소금도 좀 챙겨 주시지 그랬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와~’ 하는 함성이 들리더니 여당 지지자든 야당 지지자든 할 것 없이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찰에 연행된 여자는 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풀려났다. 그리고 이튿날 사무실을 찾아왔다.
여자의 모습을 보고 사무장을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줄행랑을 쳤다. 또 다시 행패를 부릴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그때 아내가 여자를 앉히고 꼬옥 끌어안으며 달랬다. 왜 그랬느냐면서. 그렇게 한참을 아내 품에 안겨 있던 여자는 말없이 돌아갔는데, 어느 날 내게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사연인즉, 어렸을 때부터 ‘1’자는 자신의 숫자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부도 일등을 해왔고, 교회 목사님에게 양복도 제일 먼저 해드렸다. ‘1’은 하늘이 자신에게 준 글자인데 왜 맹아무개가 빼앗아 가느냐는 식의 글이었다. 인상적인 것은 편지지 빼곡히 적힌 ‘1’자였다. 따지고 보면 기호 1번을 달았기 때문에 당한 봉변이었다.
이 일을 두고 자작극이 아니냐는 말도 돌았지만 편지에서 보는 것처럼 결국 정신이상자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지금도 가끔 나타나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지 나만 보면 아무 데서나 큰절을 하려고 덤비는, 측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첫 경험치고는 참으로 많은 사연을 남긴 선거였다.
그리고 송파의 다른 지역에서 출마한 홍준표 씨와 더불어 아무도 밟아보지 못했다는 송파에 국회의원으로 새 인생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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