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내각사(闕內閣司)

    기고 / 시민일보 / 2006-12-10 16: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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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근(노원구청장)
    나는 흥례문을 통과하기 전에 그 전심절차(前審節次)로써 반드시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흥행감이 두어 개 있다. 그것은 궐내각사(闕內閣司)와 기별청(奇別廳)이다. 만일 당신께서 그 강좌를 이수한다면 영락없이 만족할 거다.
    그렇다면 먼저 궐내각사부터 공부를 하여 볼 터이다.

    광화문 밖 주작대로(朱雀大路) 좌우편에 육조 등 궐외각사(闕外閣司)가 있었다고 했는데 도대체 궐내각사라니 그건 또 무엇이더냐?

    오늘날 대통령이 근무하는 청와대 조직에도 비서실(秘書室)과 경호실(警護室)이 있듯이 경복궁 내에도 임금을 보좌하는 관아(官衙)가 있었는데 그걸 통칭 궐내각사라고 한다.

    여하튼 당신이 근정문(勤政門)을 통과 할 무렵 잠시 좌측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어김없이 소위 유화문(維和門)이라는 작은 궐문이 보일 거다. 바로 그 문이 궐내각사 입구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청사의 여러 전각은 일제 강점기(强占期)에 대부분 철거를 당하였고 지금은 공터로 남아있다.

    궐내각사는 임금을 보좌하는 관아일 터니 정전(正殿) 근정전(勤政殿)을 구경하기 전에 필히 그 청사부터 알아야 할 거다.

    동행한 노객의 강론을 빌리자면 이러하다.

    “많은 사람들은 경복궁을 그저 소풍을 와서 유희(遊戱)를 즐기는 곳으로 잘못 알고 있어요… 그래서 광화문에 들어오자마자 근정전으로 성급히 달려가지요…” “오늘날 대통령 비서실 같은 중요한 관청(官廳)들이 있어 한때 조선정치를 요리하던 곳이라고 생각하면… 아마 그러하지 않을 거지요.”

    그렇다면 궐내각사(闕內閣司)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

    여하튼 우리 일행은 휴식(休息)을 위해 궐내각사 터에 잠시 머물러 있었다. 그때 마침 어디선가 족히 100여명은 돼 보이는 학생들이 무리로 몰려들더니 인솔책임자인 듯한 사람이 아주 열강(熱講)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방 명문고의 수학여행단이었다.

    그 인솔선생이 한국사(韓國史)를 전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행색과 말투로 미루어볼 때 정년을 앞둔 노선생(老先生)같지만 꽤나 이력(履歷)이 붙은 것 같았다. 비록 얼굴 표면엔 검버섯이 듬성듬성 피어 오른데다가 이미 이마 주름살은 몇 겹이 됐고 허리마저 곱사등처럼 구부정하여 형편없는 촌객(村客)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천학이 귀동냥한 그 교사의 역사 강론은 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경복궁 궐내각사 터에 서 있어요… 국사시간에 승정원(承政院)이니 내금위(內禁衛)니 하는 말을 들어봤을 거요… 대충 여기쯤에 그런 관아가 있었지요… 여기에는 문반관아(文班官衙)로 빈청과 대청, 승정원, 홍문관, 춘추관 등이 있었고… 저쪽으로는 무반관아(武班官衙)로 오위도총부, 내병조, 선전관청, 내금위가 있었으며… 그 주변에는 왕실의 생활을 지원하는 관청으로 상의원(尙衣院), 내의원(內醫院), 전설사(典設司), 내사복(內司僕) 등이 있었지요… 거기 근무하는 관리들은 보통 궁궐 서쪽의 영추문(迎秋門)을 이용하였지요.”

    사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한국사를 공부할 때 그런 여러 관아(官衙)를 약간은 들어봤지만 여태껏 그 관청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몰랐다.

    그렇다면 궐내각사에는 어떤 관청이 있었을까? 우선 조정의 정치와 행정업무를 담당한 관서부터 알아볼 터이다.
    “빈청(賓廳)은 3정승(영의정·좌의정·우의정)이 머물며 나랏일을 의논하는 곳이며… 대청(臺廳)은 사헌부와 사간원 관리들이 간쟁과 탄핵, 정책의 옳고 그름을 논의하던 곳이고… 승정원(承政院)은 국왕의 비서실로 승지(承旨) 6명이 6조(6曹:이·호·예·병·형·공)를 하나씩 맡아 왕을 보좌하였고… 홍문관은 경서·사적·문서를 관리하고 왕을 자문하던 관청이며… 세자 시강원(侍講院)은 세자에게 학문과 도덕을 가르치던 관청이며…춘추관(春秋館)은 기록을 담당하던 관청으로 왕조실록도 여기에서 편찬하였으며… 주자소(鑄字所)는 활자 주조를 담당한 관청이다.”

    다음은 도대체 어느 관아에서 궁궐을 수비하는지 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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