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정전

    기고 / 시민일보 / 2006-12-26 16: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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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근(노원구청장)
    이제 근정전의 건축구조를 공부해 봤으니 다음은 근정전 안의 장엄물(莊嚴物)을 살펴봐야겠다. 그러나 그 중심화두는 아무래도 근정전 황룡도(黃龍圖)와 어좌병풍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가 되어야 할 거다. 근정전의 수많은 화두 중 왜 하필 두 화상(畵像)을 핵심 코어(Core)로 공부하려느냐고 물을텐데 그것은 두 화격(畵格)을 두고 세상이 갑론을박을 하기 때문이다.

    그 논쟁코드의 귀착점은 경복궁 군주가 과연 황격(皇格)이냐 왕격(王格)이냐와 연루되어 있다. 하여간 근정전의 의장물(儀仗物) 중 첫째 학습목록은 아무래도 황룡도(黃龍圖)이다.

    그 노객의 코어(Core)는 황룡도의 언어학적 메시지(Message)가 무엇이냐 에서 찾고 있었다. 노교수의 장지팡이는 강의 도구였다.

    “저기! 저 천정(天井) 중앙을 봐요… 웬 황룡 두 마리가 여의보주(如意寶珠)를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하지요… 여기서 두 황룡은 왕과 왕비를 말하는데… 그 여의주는 마법(魔法)의 구슬 같다지요… 그래서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지배한다는 거지요.”

    ‘흔히 궁궐품계(宮闕品階)를 결정하는 데는 전각(殿閣)의 칸수를 보면 판독할 수 있다 했는데… 궁궐 칸수가 1000칸을 넘거나 발톱 수가 다섯 개의 오조룡(五爪龍) 이상이면 황격(皇格)이고 그 이하면 왕격(王格)이고….’

    1897년 양력 10월12일 고종은 국호를 조선(朝鮮)에서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을 통합하여 대한(大韓)으로 고치고… 원구단을 지금의 조선호텔 인근에 조영을 하고 그 곳에서 고종이 황제로 즉위하였으니…. 여하튼 그런 여러 징조들은 경복궁의 황궁설(皇宮說)에 그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기왕에 용의 얘기가 나왔으니 그걸 확장하며 그 정체를 알아보겠다.

    ‘고대 동양인들은 전지전능한 영물(靈物)로 상상의 짐승 용(龍)을 생각했다… 뿔머리에 뱀몸통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을 갖고 있다. 춘분(春分)에는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秋分)에는 연못에 산다. 승천과 하강을 할 때는 구름을 탄다… 그래서 용(龍)을 천(天)과 지(地)를 소통하는 제왕(帝王)에 비유했다.’

    그러나 용(龍)의 지명야화(地名野話) 한 토막은 당신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거다.

    “주변의 지명(地名)을 잘 살펴봐요… 용(龍)이 있으면 물(水, 海)과 구름(雲)이 덩달아 함께 있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할 거다.

    “서울 용산(龍山)이 있어 백운대(白雲臺)와 한강이 있으며… 울산 처용암(處用岩 또는 處龍岩:용의 화석)이 있어 그 인근에 개운포(開雲浦)와 망해사(望海寺)가 있으며… 안동 용두산(龍頭山) 인근에 용수사(龍水寺)와 운곡(雲谷)이 있으며….”

    ‘용이 용소(龍沼)에서 구름타고 승천한다’ 여기서도 용(龍)·수(水)·운(雲)이 함께 동참한다. 아마 당신도 용자(龍字)지명을 발견하면 필히 그 주변에서 수(水:물)와 운(雲:구름)을 찾아보아라. 두 번째로 근정전에서 유념할 화두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이다.

    이 천학은 궁중화(宮中畵)에 관한 학식이 아주 박하다. 그래서 그 해명을 그 노객의 강론요지로 대신하겠다.

    황룡도(黃龍圖), 봉황도(鳳凰圖),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 같은 것은 모두 절대군주를 상징한다는데….

    그중 일월오악도는 장생불멸의 영물(靈物)들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그건 예삿일이 아니다.

    “해와 달, 오악, 바위, 폭포 등등… 해는 임금(황제)이요 달은 왕비(황후)지요… 오악(五嶽)은 삼각산(三角山:지금의 북한산)을 중심으로 금강산(東岳), 지리산(南岳), 묘향산(西岳), 백두산(北岳), 백악산(白岳山:지금의 북악산)을 말하고 폭포·바위는 수명(壽命)이 긴 것을 가리키니… 말하자면 절대군주의 수복강녕(壽福康寧)을 기원하는 주문(呪文)이지요… 그래서 용좌(龍座)의 후면에 그 그림을 의장물(儀仗物)로 배영하지요.”

    그렇다면 그 궁중화(宮中畵)의 언어학적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더냐?

    사실 현대판 속인(俗人)들은 이런 종류의 그림을 침방(寢房)에 설치하면 저절로 수복강녕될 거라는 허황된 꿈을 갖고 있는데 옛날 궁중법도에서는 왕과 왕비 이외는 그걸 사용할 수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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