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왕(發明王)

    기고 / 시민일보 / 2007-01-10 16:19:53
    • 카카오톡 보내기
    이노근(노원구청장)
    이제 우리의 답사코스는 사정전의 부속건물 만춘전(萬春殿)과 춘추전(千秋殿)이다. 먼저 그 두 전각을 구경하기 전 우선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두 전각(殿閣)이 부속건물이라고 너무 박대(薄待)하지마라… 당신이 정말 주목할 것은 거기서 무엇이 담겨있는지를 봐야할 거다…’

    외형의 구조물보다 거기에 담겨 있을 역사를 봐야할 거다.

    두 전각의 용도(用度)와 양식(樣式)부터 공부할 터이다.

    역시 동행한 노학(老學)의 역사정보는 대단했다.

    “두 건물은 쓰임새와 생김새가 비등하지요… 임금이 신하들과 나랏일을 상의하고 연회도 열고 책도 읽고… 전면 6칸, 측면 4칸 모두 24칸이지요… 온돌방 구조에 2개씩 아궁이가 있고… 익공식공포에 팔작(八作)지붕이지만… 그 풍모는 단정하고 검소하지요.”

    그러나 여기서 답사꾼들이 주목해야 할 중심화두는 그 전각들이 왜 그렇게 검소하게 지었나이다. 임금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어전공간(御殿空間)인데도 말이다.

    “조정의 재정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거대한 전각이 싫어서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명쾌한 해답(解答)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그 까닭은 무엇이더냐?

    만약 당신께서 경복궁의 작명철학(作名哲學)을 터득하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우선 삼봉 정도전의 경복궁 작명보고서를 들쳐보면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태조 이성계에게 경복궁 낙성식(落成式)을 앞두고 진언한 작명 문서였다.

    1395년 태조실록(태조4년 10월7일)은 이렇게 적고 있다.

    ‘춘추(春秋)에 “백성을 중히 여기고 건축을 삼가라”했으니 어찌 임금이 된 자로 하여금 백성만 괴롭혀 자봉(自奉)하라는 것이겠습니까? 넓은 방에서 한가히 기거 할 때는 빈곤한 선비를 도울 생각을 하고, 전각에 찬 바람이 불게 되면 맑고 그늘진 것을 생각해 본 뒤에 거의 만백성을 봉양하는데 버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각의 이름을) 한꺼번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리 경복궁 천객(賤客)들이라 하더라도 그 얘기에 냉담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인본주의(人本主義)를 느끼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도대체 세상의 어느 군왕(君王)이라고 궁궐이 화려한 것을 마다하겠는가? 태조 이성계는 일찍이 궁궐이 커지면 그만큼 백성이 괴롭다는 것을 깨달은 거다.

    그러나 당신이 소위 오방위사상(五防位思想)을 알지 못하면 두 전각의 작명철학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음양오행에서 동쪽은 봄이고 서쪽은 가을이지요… 그래서 동쪽은 만춘전(萬春殿)이고 서쪽은 천추전(千秋殿)이지요.”

    바로 두 전각의 이름도 그런 오방위철학(五方位哲學)이 작동된 거다. 그러나 경복궁 편전공간에서 조선 최고의 발명왕(發明王) 장영실을 빼먹는다면 거기서 진정한 기술미학(技術美學)은 찾을 수 없다. 아마 이력서는 가장 확실한 정보원일 거다.

    “장영실의 출생배경은 어떠했나요?”

    “그분의 출생지는 지금의 부산 그러니까 동래(東來)이지요… 그의 부친(父親)은 그 신분이 천민 노예인지라 벼슬길에 나설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의 재능(才能)은 천부적이었어요… 무엇을 새로이 꾸미는 공작기술 같은 것 말이지요?… 바로 세종은 장영실의 그런 재주를 발견하고… 궁중기술자(宮中技術者)로 채용하였지요.”
    성군(聖君) 세종대왕과 과학자 장영실은 그렇게 만났다.

    그렇다면 그는 도대체 무엇을 발명하였다는 말이더냐?

    장영실의 발명미학(發明美學)을 학습하려면 무엇보다 그 강의과목으로 왕실직속의 천문과학센터 흠경각(欽敬閣)을 택해야 한다.

    “원래 천문과학의기(儀器)들은 경복궁 후원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 기계들을 한군데로 모아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었지요… 그래서 천추전(千秋殿) 부근에 통합전각을 세웠는데 그것이 흠경각이지요. 거기에는 별 등 천체를 측정하는 기구 간의(間儀), 혼의(渾儀), 혼상(渾像) 자동시보장치 물시계 자격루(自擊漏), 옥루(玉漏), 금루(禁漏) 같은 기구를 설치하였어요.”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