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의 위신을 보장하는 증표

    기고 / 시민일보 / 2007-01-31 18: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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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근(노원구청장)
    경회루의 넷째 화두를 말하라면 아무래도 누각(樓閣) 추녀마루의 잡상(雜像)일거다. 왜냐하면 그 잡상(雜像)의 의미와 수량이 전각의 위신(威信)을 보장하여 주는 부동의 증표(證票)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큐레이터가 강론에 동참(同參)했다.

    “선생님! 저기 잡상이 몇 개인지 세어 봐요… 무려 11개가 되잖아요… 근정전이 7개 숭례문이 9개인데 그에 비하면 아주 많은 거지요… 그러니까 건물의 품계가 그 정도로 높다는 거지요.”

    여하튼 이번 답사목록(踏査目錄)에 궁궐 전각의 잡상을 올렸으니 여기서 그걸 강의하는 게 좋겠다. 강론주제는 잡상의 유래와 종류 그리고 그 메시지(Message)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거다.

    우리 일행은 경회루 정면 쉼터에 앉아 즉석 토론장을 열었다.

    토론방의 첫 발표자(發表者)는 동행한 노객이었다. 강론의 서두(序頭)는 장지팡이로 경회루 잡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시작됐다.

    “잡상은 아무 동물이나 되는 게 아니지요… 상상(想像) 또는 실존(實存)의 영물들이 채용되었어요… 물귀신이나 불마귀들이 들어오면 그들을 물리치지요… 그러니까 잡상마다 도술(道術)을 갖고 있어요… 그 숫자는 건물 품계에 따라 3·5·7·9·11개를 설치하지요… 그런데 짝수로 설치하면 음기(陰氣)가 있다나요… 그래서 왕비의 침소(寢所)는 짝수로 설치해요… 경회루는 11개 홀수로 설치하였어요… 주로 왕과 그 신하들이 사용하니까요.”

    그걸 알고 나면 분명 당신은 그 잡상 종류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을 거다. 동행한 노교수는 답사노트를 꺼내더니 잡상 이름을 들먹였다.

    그렇다면 잡상 유래는 어떠한가요?

    그 연원(淵源)은 당나라 스님”현장법사(玄裝法師)”의”서유기(西遊記)”에서 찾는다.

    “당나라 고승 “현장법사(602년~664년)”가 천축국(인도)으로 대승불전(大乘佛典)을 구하러 갔을 때였죠… 무려 불경(佛經) 675권을 가지고 무사히 돌아와야 하는 거지요…”

    “그러나 천축국으로 가려면 사막을 지나 산과 강을 건너야 하는데 위험했지요… 그 여행 중에 무려 여든 한번이나 그런 악귀(惡鬼)를 만났거든요… 그때마다 현장법사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의 도움을 받아 물리쳤어요… 그래서 무사히 불경(佛經)을 구해 왔지요.”

    하여간 그런 영물들이 액운을 막는데 효험이 있다고 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궁궐건축에서 그 잡상을 방술(方術)로 채용되기 시작한 거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하필이면 경복궁에서 그러한 잡상론을 말하려 하느냐?

    “경복궁은 유교(儒敎)를 바탕으로 정치하는 공간인데… 어찌 불교설화(佛敎說話)에서 유래한 그 따위 잡상을 설치하였는지….”

    그 궁금증을 더욱 연장(延長)시키는 것은 지금도 중국 서안(西安)에는 당나라 고승 현장법사가 생전 수도하던 사찰 ‘자은사(慈恩寺)’가 멀쩡히 있는데 거기에는 아무런 잡상이 없다는 거다. 오히려 심양의 청나라 고궁전각에서 그런 종류의 잡상을 발견할 수 있으니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여하튼 이 천학은 현재로써는 그것을 해명할 아무런 고건축학적 정보가 없으니 후일의 숙제(宿題)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그 대신에 불교 얘기가 나왔으니 동행한 큐레이터의 강론을 통해 경복궁에 ‘과연 불당(佛堂)이 존재하였느냐’를 알아봐야겠다.

    “태조 이성계는 무엇보다 고려 말 불교가 왕실을 도탄에 빠뜨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이상 불교로는 새 나라를 이끌어 갈수 없다고 본거지요.”

    그래서 국교(國敎)로써 유교를 받아들인 거다. 사실 유교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중심규범으로 하기 때문에 조선 개국에 따른 혼란을 다스리는 데는 아주 적절했을 거다.

    구전설화(口傳說話) 하나는 조선창업 당시 배불숭유정책(排佛崇儒政策)이 어떠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아무튼 그 구전설화는 사실여부를 별개(別個)로 하더라도 당시 배불정책을 단적으로 증언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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