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유가(儒家)의 궁궐에…

    기고 / 시민일보 / 2007-02-01 17: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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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근(노원구청장)
    그렇다면 조정 관리들의 불교관(佛敎觀)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대체로 출신성분이 성균관·향교·서원 등 교육기관에서 유교경전(儒敎經典)을 수학하고 과거시험 등을 통해 등용되었기 때문에 그 정서(情緖)는 아무래도 반불교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한지라 조정신료(朝廷臣僚)들은 임금이 불교를 감싸는 행동을 보이면 사사건건 그 부당성을 지적하곤 했다.

    그 조선왕조실록상 몇 가지 사례는 그들의 불교관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첫째 사례로 유가세력들은 번번이 내불당(內佛堂)의 폐지를 주장하였다.

    “1473년 그러니까 성종 5년에 도승지 이승원이 경복궁 내불당에서 임금이 왕비의 쾌유를 위해 기도를 드리도록 청했어요… 그러자 조정신료들이 엄청나게 반대하였지요… 부처에게 아부(阿附)하여 복(福)을 구하는 것은 유가(儒家)로써 차마 못할 거라는 거지요.”

    1477년 성종 8년 임금이 경연(經筵)에 나갔는데 당시 김맹성은 이렇게 주문을 하였다.

    “지금 원각사 내불당에 종묘·문소전(文昭殿) 같은 예로 천신(薦新)을 하니 외인들이 이걸 보면 이단(異端)을 믿지 않으시는 것을 알겠습니까?”

    바로 불교를 사교(邪敎)로 생각하는 간언이다.

    둘째로 그러나 반불법란(反佛法亂)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명종 때(1545.7~1567.6) 성균관 유생들의 집단행동 일거다.

    당시 호불(好佛) 정책의 중심에는 문정왕후(1501~1565년)가 있었다.

    “문정왕후는 연이은 왕실의 그러한 불행 때문인지 아주 불심(佛心)이 강했어요… 그래서 불교를 부흥시키기 위해 거승(巨僧) 보우(普雨)를 중용하였어요… 결국 명종은 그들의 지원 하에 여러 구종(求宗)사업을 벌였어요.”
    바로 그 불교 진흥사업이 도첩제도, 승과제도, 선교양종의 부활 등등 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바이다.

    그러나 1565년(명종 20년)에 문정왕후(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어머니)가 죽자 거국적으로 배불운동(排佛運動)이 벌어지기 시작한거다.

    “반불교 세력들은 무려 400여 차례나 상소를 올려 바로 요승(妖僧) 보우(普雨)를 처형토록 하였지요.”
    그러나 반불정서(反佛情緖)를 결정적으로 부추긴 계기는 율곡 이이(李珥:1516~1584년)의 유소(儒疏)사건이다.
    “요즘 보우의 일로 온 백성이 통분하오니 그의 사지(四肢)를 찢기 바랍니다.”

    사실 호불역사(好佛役事)를 주도하던 문정왕후가 1565년에 죽자 유생(儒生)들은 ‘양주 회암사’로 달려가 불을 질러 단번에 폐찰시 킨 법란(法亂)은 너무 유명하다.

    셋째로 궁궐에 ‘불교 영조물(營造物)이 있느냐?’를 알아봐야 할 거다.
    통상 경복궁은 그 유가이념의 바탕 위에 설계(設計)를 하고 영건을 하였기 때문에 그 곳에 불교 영조물이 있겠느냐고 의심할 거다.

    그러나 결론은 궁궐 구석구석에는 불교 흔적이 수두룩하다.

    “궁궐 곳곳에서 불교문양이 있어요… 근정전 월대난간 받침돌에 연꽃무늬가 있고… 경회루나 향원정 연못에는 연(蓮)이 왕성하게 자라고… 자경전 화장(花牆)에는 당당히 만(卍)자 문양이 있어요.”

    도대체 유가(儒家)의 궁궐에 왜 그런 ‘불씨(佛氏)’의 장엄(莊嚴)을 하였을까?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지만 이미 그 의미가 세속화되었지요… 더욱이 연꽃은 불교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군자(君者)의 꽃이었어요… 그러하니 오히려 불교가 그걸 불화(佛花)로 채용한 거지요… 청나라 심양 고궁(古宮)에서도 연꽃문양이 많이 발견되지요… 만(卍)자도 원래 진리(眞理)를 깨달아 육도윤회(六道輪廻)를 벗어나게 한다는 뜻이지요… 그것 역시 불교가 독점할 수 있는 사상이 아니지요… 기독교(基督敎)가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지만 배타적 권리가 아니지요.”

    사실 연꽃은 군자(君子)의 덕목으로 만자(卍字)는 자비의 표상으로 이미 세속화 되어왔다. 따라서 경복궁 조영 당시부터 연꽃과 같은 성불언어(聖佛言語)를 채용했다하여 그것이 바로 조선의 정치철학과 배치되는 것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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